[TF현장] 與野, 국감 '피켓 항의' 공방…한국당 "민주당 야당일 때 늘 하던 일"
입력: 2017.10.16 15:15 / 수정: 2017.10.16 15:15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16일 각 상임위 국정감사장 노트북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붙이며 항의했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감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국회=이새롬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16일 각 상임위 국정감사장 노트북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붙이며 항의했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감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12개 국회 상임위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된 16일, 국정감사장에선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 뒷면에 붙은 피켓의 문구였다. 이 같은 한국당 의원들의 '피켓 항의'로 인해 몇몇 상임위는 파행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날 정무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몇몇 상임위에서 '피켓 항의'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각자의 노트북 뒷면에 일제히 해당 문구의 피켓이 붙었다. '적폐청산'을 이번 국감의 모토로 내세운 여당에 '신(新)적폐' 프레임으로 맞서는 항의 차원에서였다. 앞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안보무능·경제실정·좌파 포퓰리즘·졸속 정책·코드 인사를 가진 '5대 신적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피켓 시위' 행태에 거세게 반발했다. 각 상임위에서는 "문구가 붙은 채로는 국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국감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6일 정무위 국감장에선 한국당 피켓 시위로 인해 30여 분간 국감이 시작되지 못하고 지연됐다. /국회=이새롬 기자
16일 정무위 국감장에선 한국당 피켓 시위로 인해 30여 분간 국감이 시작되지 못하고 지연됐다. /국회=이새롬 기자

정무위에서는 시작부터 여야가 '피켓 시위'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각 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으로 피켓에 대한 견해를 내놓으면서 30여 분간 국감이 시작되지 못하고 지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피켓 시위가 일종의 의사표현이라며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문구가 붙은 채로는 국감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이대로는 국감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상임위 전체 운영은 합의 정신에 따라 해왔다"고 따졌다. 그는 국감을 정회하고 여야 간사 간 협의 후 다시 속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 등 야당에서는 "정회는 안 된다"면서 "국감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과거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친일독재미화 교과서 검정취소'라는 문구를 붙인 적 있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여야 간사들은 16일 한국당 피켓 시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정무위 여야 간사들은 16일 한국당 피켓 시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이를 중재하려는 한국당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정회는 옳지 않다"며 노트북 덮개를 덮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홍일표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했을 때 늘상 보던 상황"이라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용하지 못하냐. 여당이 됐으면 포용력을 보여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무위는 10분간 정회한 뒤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진행했고 이후 한국당 의원들이 노트북을 덮고 회의를 속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여야의 피켓 시위 공방으로 정무위가 정회한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여야의 피켓 시위 공방으로 정무위가 정회한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농해수위도 피켓 항의로 인해 10여 분간 정회하며 국감이 지연됐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오늘 야당 의원들이 그동안 농해수위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의사발언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하되 상임위를 오염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설훈 농해수위원장도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시위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팻말은 떼고 국감에 임했으면 한다"며 "야당 의원들은 팻말을 제거해 주고 원활한 상임위 운영에 협조해 달라"고 한국당에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여당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은 우리 당이 국감에 나서는 기본 입장"이라며 "여당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따졌다.

이에 설 위원장은 간사 간 협의를 요청하며 정회를 선언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루지는 못했다. 여야는 우선 국감을 진행한 뒤 이후 다시 피켓과 관련해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진실 규명 적폐 청산'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똑같이 자신의 컴퓨터에 붙이며 한국당 항의에 반격하기도 했다.

농해수위에서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공방 끝에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자신의 컴퓨터에 붙이며 맞불 항의에 나섰다. /국회=이새롬 기자
농해수위에서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공방 끝에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자신의 컴퓨터에 붙이며 맞불 항의에 나섰다. /국회=이새롬 기자

보건복지위도 시작하자마자 여당 의원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위는 그동안 정책국감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한국당의 피켓 문구는 정책감사를 하는 데 방해를 하고 있다"며 "피켓 내용도 문재인케어 등 복지위와 연관된 것도 아닌데, 5개월 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는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고 국감을 진행해왔지만 오늘은 실망스럽다"라며 "당 소속이라서 복지위만 따로 행동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복지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민생국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 항의를 벌이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보건복지위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 항의를 벌이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이에 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국회에서 가능한 화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은 충분히 수용한다"면서도 "야당으로써의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해달라. 국회법상 전혀 문제가 없는 행위이니 질의에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위원장과 위원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지만 여당이 넉넉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여당이 품고 가야지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여당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했다.

민주당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양측을 달래며 중재에 나섰다. 양 위원장은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가 합의를 좀 해보라"면서도 "정치적 주장이라는 표현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민주당을 타일렀다. 그는 "다만, 20대 국회는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21대는 이런 상태에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모든 상임위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붙인 것은 아니었다. 교문위 등 몇몇 상임위 한국당 의원들은 피켓을 붙이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국감에 임했다.

피켓을 붙이지 않은 교문위 한국당 의윈들. /국회=이새롬 기자
피켓을 붙이지 않은 교문위 한국당 의윈들. /국회=이새롬 기자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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