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현장검증을 받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망우동=남용희 기자 |
[더팩트 | 김소희 기자]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체포 닷새 만에 살인 혐의를 자백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 씨는 범행수법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고 있어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팩트>는 이번 사건의 정황과 경찰이 발표한 증거를 토대로 이 씨를 프로파일링(Profiling) 했다. 프로파일링에는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가 자문했다.
권 교수는 "아직까지 범행 동기에 대해 이 씨가 함구 중이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해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 뒤 이번 사건에서 '어금니 아빠' 이씨가 보여준 범죄행동에 대해 분석했다.
◆'알몸' 피해 여중생, 음란도구, 성관계 동영상…"성 도착증 가능성 커"
피해 여중생 A(14) 양은 발견 당시 알몸이었다. 끈과 같은 도구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진 타살 정황도 나왔다. 피해자의 시신에선 목 뒤 점출혈, 목 근육 내부 출혈, 목 앞부분 표피박탈 등이 발견됐고, 얼굴에는 다수의 손톱 자국이 있었다. 집 안에서는 각종 음란도구도 나왔다.
또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씨의 컴퓨터와 여러 대의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안에는 수십 건의 성관계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이중에는 사망한 아내 최모(31) 씨가 촬영된 영상도 다수 있었다. 이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는 온라인에 퇴폐마사지 운영자로 검색되기도 했다.
다만 이 씨가 피해 여중생을 살해하기 전 수면제를 먹인 증거를 통해 성적 학대, 즉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는 성폭력을 의심할 만한 중요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권 교수는 "이 씨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음란도구들도 이 씨가 판매한 정황을 봤을 때 이 씨가 성 도착증이 있다는 의심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는 아내가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
◆시신 유기 후 범죄 부인 동영상 촬영, 아내 자살에도 '태연'…연극성 성격장애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과 아내가 투신한 후 보인 이 씨의 기이한 행동 역시 눈길을 끈다. 이 씨는 시체 유기를 위해 강원도 영월 야산으로 출발하기 전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떼어냈다. 그리고 시체를 유기한 후 차 안에서 "수면제를 먹더니 죽었다"는 주장을 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다. 딸과 강원도 인근 모텔에서 6시간 가량 머물고 서울로 돌아온 이 씨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이 아닌 도봉구 도봉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또한 이 씨는 아내 최 씨가 자살한 모습을 본 후 태연히 휴대전화를 만지고 구급차에 동석하지도 않았다. 이는 당시 건물에 설치된 CCTV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죽은 아내 시신에 입을 맞추는 모습을 직접 촬영한 후 방송국에 이를 보내기도 했다. '사이코패스' 추측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권 교수는 사이코패스 추측에 대해 "이 씨는 증거를 인멸하는 데 전반적으로 아주 계획되거나 치밀하지 않다. 모두 뻔히 드러날 행동들만 하고 있다"며 "CCTV 속 표정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 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나타내고 있긴 하나 단정하기엔 어렵다"며 "연극성 성격(인격)장애로 보여지는 경향성도 몇 가지 보인다"고 부연했다.
연극성 인격장애는 감정 표현이 과장되고 주변의 시선을 받으려는 일관된 성격상이 특징인 인격장애를 말한다. 흥분을 쉽게 하고 과장된 행동을 일삼으며, 지나치게 극적(劇的)인 성향이 강하다. 히스테리성 인격 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라고도 한다.
죽은 아내 시신에 입을 맞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언론사에 보낸 것에 대해선 "아내가 사망한 이후 이 씨는 경찰의 내사를 받는 등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심을 동정적인 것으로 유도하기 위한 행동들"이라고 설명했다.
중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의 딸 이모 양이 12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법원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고 있다. 이 양은 자신의 친구였던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아버지 이영학의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딸 진술 나오자 살인 혐의 인정? "법정 다툼 위한 포석"…"정상적 부녀 관계 아니다"
이 씨는 체포 닷새 만인 지난 10일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이 씨는 체포된 후 줄곧 사체 유기만 인정하고 살인에 대해서는 부인해 왔다. 딸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아빠가 친구를 부르라고 했다" "아빠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범죄자가 자백을 하는 건 증거가 드러났을 경우"라며 "딸의 영향을 영향을 받았을 수 있는데, 분명한 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 씨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이 사건을 가지고 앞으로 법정에 가게 되는데, 드러난 증거 앞에서 자백한 후 다음 단계를 진행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씨 딸은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피해 여중생을 9월 30일 낮 12시20분께 집으로 데리고 왔다. 다음날 1일 오후 5시18분께 피해자의 시신이 검정색 여행 가방에 실려나오기까지 이 씨 딸은 '나가라'는 두 번의 지시를 다 따랐다. 사건 장소에서 보인 딸의 표정 역시 지극히 침착하다.
권 교수는 "이 씨 딸의 감정 표현은 정상적이지 않다. 지시하는 대로 말하고,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모습이 순간순간 나타난다"며 "일반적인 가정에서 부녀 관계가 아닌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씨 같은 유형의 범죄자들은 대체로 타인이 보는 곳에서는 친절하게 행동하고, 자기가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선 폭력적이고 위협적일 수 있다"며 이 씨 딸의 학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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