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예비신부 죽인 군인 살해한 남성, '정당방위' 인정 外
입력: 2017.10.11 19:23 / 수정: 2017.10.11 21:39

예비신부를 죽인 군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진 남성이 2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더팩트 DB
예비신부를 죽인 군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진 남성이 2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더팩트 DB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11일 법조계에서는 예비신부를 죽인 군인을 격투 끝에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진 남성에 대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을 사이비 교주가 '귀신이 씌었다'며 때려 죽인 뒤 사체를 유기하는 데 가담한 엄마에 대한 항소심 재판과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약물을 투입해 살해한 40대 의사 남편에 대한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예비신부 죽인 군인 살해한 30대, 2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효붕)는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예비신부를 죽인 군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양모(38) 씨에 대해 '죄가 안됨'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11일 밝혔다.

군인 장모(20) 씨는 2015년 9월 24일 오전 5시 30분께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침입해 주방에 있던 흉기를 사용,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양 씨의 예비신부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양 씨는 맞은편 방에서 잠을 자다 비명소리에 놀라 나왔고, 장 씨와 양 씨는 몸싸움을 했다. 장 씨는 이 과정에서 양 씨의 칼에 찔러 숨졌다.

경찰은 양씨가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에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며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검찰 역시 2년 동안 검토한 끝에 양 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했고, 살인죄에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을 법률적으로 처벌 안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뿐 아니라 외국 사례까지 검토하고, 국민의 법 정서가 변화한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세 살배기 아기가 울고 떼쓰는 것을 두고 귀신에 씌었다며 때려 숨지게 한 사이비종교와 아이 엄마가 1심과 같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세 살배기 아기가 울고 떼쓰는 것을 두고 '귀신에 씌었다'며 때려 숨지게 한 사이비종교와 아이 엄마가 1심과 같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귀신 씌었다' 3살 아들 살해 가담한 친모, 2심도 징역 10년

서울고법 형사1부는 "귀신이 씌었다"며 세 살배기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사이비종교 교주 김모(54·여)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사이비종교에 빠져 살해와 암매장에 가담한 피해 아동의 엄마 최모(42·여) 씨도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최 씨는 2014년 2월쯤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뒤 아들과 여섯 살인 딸을 데리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에 입주해 집단 종교생활을 시작했다. 해당 빌라에서 교주 김 씨는 진돗개를 신앙으로 한 사이비종교를 운영했다. 사건은 5개월 뒤 발생했다. 2014년 7월 7일 오전 11시께 김 씨는 최 씨의 아들 A군이 울고 떼를 쓰자 "귀신이 씌었다"며 30cm 나무주걱으로 머리와 팔, 다리 등을 때렸다. 김 씨는 최 씨에게도 "애를 혼내라"며 주걱을 건넸다. 그러나 A군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A군이 사망하자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다른 신도 이모(50·여) 씨 등과 함께 아들의 시신을 전북 완주군 야산에 묻었다. 사흘 뒤에는 "멧돼지가 내려와 산을 파헤친다"는 말을 듣고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 시신을 파내 불태운 뒤 전북 임실군의 한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최 씨는 이혼한 남편에게도 범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김씨의 지시대로 경찰에 "아들이 실종됐다"고 허위신고를 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과 결과, 죄질 등을 종합하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1심에서 정한 양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형을 깎아달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은 "3년 8개월 밖에 되지 않는 아이의 시신을 동물의 사체와 함께 암매장하고 다시 발굴해 휘발유를 뿌려 태워 시신을 훼손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씨에 대해서는 "친어머니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귀신이 씌었다'며 아들을 병원에 옮기지 않고 사체를 암매장, 태우기까지 한 것은 반인륜적"이라고 꾸짖었다.

의학적 지식을 이용해 아내를 주사기를 이용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의학적 지식을 이용해 아내를 주사기를 이용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약물로 아내 살해한 의사 징역 35년 선고, 법원 "엄정한 처벌 불가피"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한경환)는 11일 아내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45)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3월 11일 오후 9시30분께 오후 충남 당진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 B(45) 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약물을 주입해 살했다. 범행 다음날인 12일에는 "아내가 숨졌다"며 119에 신고했다. 평소 심장병 치료를 받았던 B씨의 사인은 '병사(病死)'로 처리됐다. 하지만 B씨 유족은 "사인이 의심스럽다. 조사해달라"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A 씨에게 소환 통보를 앞두고 집과 병원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타살 의심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A 씨는 지난 4월 4일 오전 도주를 시도했지만, 같은 날 오후 2시50분께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강릉 방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A 씨는 검거되기 직전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약물을 투약하기도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지난해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실패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정불화가 계속되자 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30분께 수면제를 탄 물을 B 씨에게 먹인 뒤 잠이 든 틈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했다. 약물이 주입되자 B씨는 심정지가 발생했다.

약물을 주입한 후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A 씨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쓰러져 있던 B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B 씨가 살아났고, A 씨는 119에 신고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B 씨를 병원으로 후송,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당시 병원에서는 B씨의 심정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과 보강증거에 의하면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면 자신이 단독으로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1차 범행이 미수에 그친 뒤에도 단념하지 않았고, 심정지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점을 치밀하고 교묘하게 이용했다"며 "의술을 베풀고 인간의 생명으로 지켜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의학적 지식을 살인 도구로 이용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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