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시신이 든 검정색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 | 망우동=김소희 기자] "저 나쁜 XX", "저런 X한테 인권이 어딨냐."
11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중랑구 망우동 5층 상가 건물 앞. 50여 명의 취재진과 수 십명의 동네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소리와 흥분한 목소리와 욕설 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중학생 딸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씨의 현장검증이 열리는 장소다.
이씨가 도착하기 전이었지만, 동네 주민들은 경찰의 현장검증 장소로 모여들어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좀 보자", "우리 동네라니 정말 소름 돋는다"라며 분노 섞인 목소리를 냈다.
9시 40분께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출발한 호송 차량이 상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이씨가 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상가 건물은 이씨가 피해 여중생 A(14)양을 유인해 살해한 곳으로 지목된 장소다.
이씨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호송 차량에서 내렸다. 경찰은 이씨에게 "현장검증에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딸의 친구를 왜 죽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씨 자택은 상가 건물 5층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집으로 들어간 이씨는 지난달 30일 피해자 A양을 살해하던 상황을 마네킹을 대상으로 재연했다.
이씨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딸 이모(14)양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친구에게 마시도록 시킨 과정과 이양이 집 밖으로 나간뒤 라텍스 장갑을 끼고 끈으로 피해 여중생의 목을 조르는 과정을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태연하게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A양의 옷을 벗겨 검정색 가방에 담아 강원도 영월 야산에 시체유기를 하기 위해 차에 싣는 과정까지 재연했다.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한 상가건물에서 '어금니 아빠' 이씨가 현장 검증을 마친 후 호송차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경찰은 현장 검증을 마친 이씨를 서울중랑서로 호송한 뒤 범행동기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자택 앞에 모여 있던 동네 주민들은 이씨가 현장 검증을 마치고 나오자 "소름 돋는다", "죽일 놈" 등의 욕설을 하면서 분노했다. 동네 주민들은 "인권 보호하지 마라. 얼굴 공개해라"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 유기 장소와 사체를 담았던 트렁크 가방을 정밀 수사 중에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5일 검거됐다.
이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하고 살인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다 전날 진행된 3차 조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앞서 이씨 딸은 "아빠가 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A양이 살해된 후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이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양의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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