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탕평 인사'를 내걸었다. 최근 해외순방을 떠나며 청와대 참모진들의 배웅을 받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의 고위직은 '개국공신'의 전리품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선 통합·탕평 인사를 약속하지만, 막상 '왕좌'에 오르면 '보은·코드 인사' 논란을 재연했다. 그러나 취임 초 문재인 정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선을 도왔던 '핵심 측근'들은 뒤로 물러났고, 청와대 밖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인사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정부 고위공직자 후보들은 갖은 의혹과 야당의 반대로 낙마했다. 또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세 인사'들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2선 후퇴'했던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의 복귀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취임부터 최근까지 문 대통령을 둘러싼 인사들의 행보와 논란을 되짚어봤다.
◆ 취임 초 물러났던 '3철' 움직이나
지난 5월 9일 문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짓자,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인사는 이른바 '3철'이었다. 역대 정부에선 공신들을 청와대 요직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양정철(52)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과 이호철(59) 전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 전해철(54)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최측근으로, 19대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도왔다.
이들은 차제에 '보은·코드 인사' 논란을 차단했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일찌감치 '2선 후퇴'를 공식화했다. 이호철 전 수석은 대선 바로 다음날 동유럽으로 떠났다가 한 달여 만에 귀국한 뒤 부산에서 은인자중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선 보름 후인 지난 5월 25일 뉴질랜드로 떠났고, 지난달 초 귀국했다가 다시 떠났다. 현역인 전 의원 역시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2선 후퇴'한 '3철'. 왼쪽부터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비서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MBN 방송 화면 캡처 |
그러나 취임 첫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3철'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관측이다. 1기 내각 인선 난맥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다. 이에 따라 백의종군했던 이들이 위기를 맞은 문 대통령을 위한 일정의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일각의 시선이다.
양 전 비서관은 추석을 맞아 벌써 두 번째 귀국했고, 이 전 수석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오며, 전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조용히 지내겠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역할론과 관련해서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 '숨은 파워맨', 친문그룹 지근거리서 보좌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김태년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증세 문제나 부동산 정책 등 문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며 대야 전선의 선봉에 섰다. '문재인의 입'으로 불린 초선 김경수 의원은 원내 협치 부대표를 맡아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청와대 내에선 '원외 인사'들이 '숨은 파워맨'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정책 분야의 김수현 사회수석과 문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총괄하는 김 수석은 정치인이자 친문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안민석, 우원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
'신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서진을 총괄하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했던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등은 청와대에서도 문 대통령을 돕고 있다. 경선과 대선에서 조직분야를 총괄했던 노영민 전 의원은 주중대사로 임명됐고,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인재영입을 맡았던 최재성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 개정 등을 논의할 정당발전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지원사격한 '자문그룹' 인사들의 명암은 엇갈렸다. 선대위 외교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간사였던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이끌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로서 정책공약을 담당했던 '국민성장' 인사들은 1기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자진사퇴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지명된 김기정 연세대 교수도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 논란 끝에 물러났다. 다만 '국민성장' 소장이었던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 첫 주미대사에 임명됐다.
◆ 文정부도 피하지 못한 '코드 인사' 논란
이제 5개월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드 인사'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 인사가 지난 5월 말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살충제 계란 파동' 부실 대응 비판을 받은 류영진 식약처장 등이다. 탁 행정관은 여당 내 여성 정치인들의 경질 요구까지 불거졌지만, 아직도 직을 유지 중이다. 류 처장도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물러나지 않았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야인 시절부터 정치 행사를 기획했고, 최근 청와대 관련 굵직한 일정들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류 처장은 문 대통령의 부산지역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직능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
또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은 '장하성 라인'이 급부상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측근들이 금융권 요직에 포진해서다. 문재인 경제팀의 실세라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불거졌다. 공식 인선으로 드러난 '장하성 라인'으론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 취임 초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능력과 소신을 갖춘 인재라면 뽑아 쓰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향후 내각 인선과 인사 관리에 있어 문 대통령의 '초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