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문재인 대통령, '이럴 때' 산에 오른다
입력: 2017.10.09 04:00 / 수정: 2017.10.09 04:00

등산 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은 산에 오르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지난 9월 9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찾은 문 대통령./온라인 커뮤니티
'등산 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은 산에 오르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지난 9월 9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찾은 문 대통령./온라인 커뮤니티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등산 마니아'다. 취임 후 언론에 보도된 산행만 세 번이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에 두 번, 또 여름 휴가 중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을 올랐다. 산에 오르는 정치인은 문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이른바 '등산 정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는 "등산은 정치인들에게 기본이다. 중대 결정을 내리거나 마음을 정리할 때 오르지 않냐"고 말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도 사석에서 '결단을 내렸냐'고 묻자 "내일 근처 산에 오를건데, 같이 가겠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다. 취임 전후 산을 오른 시점에서 보인다.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거나, 정국 현안에 대한 구상이 필요할 때 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린다는 게 여의도와 청와대 안팎의 시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산행을 하며 당면과제를 깊이 생각하고 이를 정리하곤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대표 직에서 내려온 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더팩트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대표 직에서 내려온 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더팩트DB

취임 전 문 대통령은 '등산 마니아'의 성지인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두 번째로 다녀왔다. 당 대표직에서 내려온 뒤 2016년 7월 한 달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렸다. 산행을 떠나며 문 대통령이 남긴 말은 "도(道) 닦고 오겠다"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민정수석을 사퇴했을 때도 히말라야를 찾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소식을 듣고 도중에 귀국했다. 히말라야를 다시 찾은 것은 그때 못 다한 트레킹을 완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대자연 속에서 구상을 가다듬은 문 대통령은 올해 3월 24일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3월 10일)로 '조기 대선'을 확정 지은 뒤였다. 문 대통령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온 국민의 뜻을 모아 이제 정권교체의 첫발을 내딛는다"며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출마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5월 9일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취임 후 첫 산행에 나섰다. 첫 주말인 5월 13일 기자 50여 명과 북악산에 올랐다. "뒷산을 가볍게 걷자"며 시작한 산행은 2시간 넘는 강행군으로 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전사' 출신의 문 대통령은 체력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5월 13일 대선 기간 자신을 취재한 기자 50여 명과 북악산을 등산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5월 13일 대선 기간 자신을 취재한 기자 50여 명과 북악산을 등산했다./청와대 제공

이날 등산은 표면적으론 대선 기간 당시 문 대통령이 자신을 취재한 마크맨들과 식사를 한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산을 오르며 재임 동안 앞으로 가야할 길을 그리지 않았을까. 취임과 동시에 문 대통령은 탄핵 이후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던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수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 여야 간 '협치'를 이뤄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았다.

그 고심을 탈권위와 파격 행보로 풀어나갔고, 이는 70%대 고공행진 국정지지율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은 문 대령의 국정 운영에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취임 100일 만에 '최대 리스크'를 만났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었다. 첫 여름휴가를 앞둔 7월 24일·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ICBM급)을 발사했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연차를 모두 소진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강행했고, 안보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이 기간 취임 후 두 번째 산행에 나섰다. 7월 31일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평창 오대산을 올랐고, 시민들이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휴가 중 등산을 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 후 부자증세·서민경제 지원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대출규제 등 내용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 중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에 올라 시민들과 스킨십을 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 중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에 올라 시민들과 스킨십을 했다./청와대 제공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급기야 북한은 지난달 3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창건기념일인 9·9절에 문 대통령은 또다시 북악산을 찾았다. 이날 오전부터 2시간 가량 반려견 마루, 토리와 함께 정상까지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북한 정권수립일(9·9절)이었지만 일반인에게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악인들은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오를 땐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지만, 내려올 때 다치지 않으려면 돌멩이, 나무뿌리 등 주변을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정상에 오른 문 대통령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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