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킹스 스피치' 文대통령의 달라진 화법은?
입력: 2017.10.07 04:00 / 수정: 2017.10.07 04:00
문재인 대통령의 화법은 취임 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화법은 취임 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김소희 기자]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말 더듬는 콤플렉스 때문에 마이크 앞에서 연설하기를 끔찍이 두려워했으나 마침내 이를 극복한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왕, 즉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바꾸는 데 힘을 발휘한다. 문 대통령 역시 취임 전후 화법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다.

대선 후보시절만 해도 문 대통령은 화법과 관련해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다. 다소 어눌한 말투와 두루뭉술한 화법으로 '고구마'란 별칭을 얻었다. 상대 후보로부터 "답답하다""모범생 같은 말뿐이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들은 '문 대통령이 각종 이슈를 직면할 때마다 핵심을 피하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발음은 경쟁 후보들의 주된 타깃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격무로 인해 치아가 빠져 임플란트를 한 탓이었다. 정의당은 대선 경쟁 당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싸)우지 않는 정치"라고 말한 것을 희화화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9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앞서 문 대통령이 5G를 '오지'라고 발음한 것을 두고 '파이브지'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며 압박했다.

5월 7일 광주특별시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가진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광주=문병희 기자
5월 7일 광주특별시 광산구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가진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광주=문병희 기자

그러나 취임 후엔 '180도' 바뀌었다. 문 대통령에겐 어느새 '달변, 열변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같은 평가를 받는 데엔 사안과 상황에 따라 화법을 적절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대한민국에 있다"는 등 '고구마'가 아닌 '단호박(단호한 화법)'으로 대응했다. 또 '공감'과 '감성'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든 현안과 관련한 연설에서 당사자인 '나'로써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부의 원칙은 확고하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된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8월 14일 수석보좌관 회의)"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고,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5월 14일 대통령 취임사)"

"저는 오늘,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 (5.18 기념사)"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애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건 모든 의원님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6월 12일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

"나는 평창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유엔이 촛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평화와 동행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9월 21일 UN 기조연설)"

5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1막에서 5·18 유족 김소형 씨가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무대에 올라가 김 씨를 포옹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5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1막에서 5·18 유족 김소형 씨가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무대에 올라가 김 씨를 포옹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한편 문 대통령의 연설은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52)이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비서관과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이 2015년 2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 비서실 부실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했다.

신 비서관은 대통령 취임식부터 5·18 기념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 현충일 추념사,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장진호 전투기념사를 통해 파독 광부, 이름 없이 죽어간 민주 투사, 참전 군인 등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강원 화천에서 태어난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 때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한 시인이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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