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추석민심 르포] 호남 민심 향배…"당 아닌 사람 보고 뽑을 것"
입력: 2017.10.05 04:00 / 수정: 2017.10.05 08:07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목포 동부시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목포= 이원석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목포 동부시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목포= 이원석 기자

[더팩트ㅣ광주·목포=이원석 기자] "두고 봐야지… 잘하는 놈으로 뽑을거야."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선 어떤 당에 표를 주고 싶으시냐'는 <더팩트> 취재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광주 양동시장 상인 김모 씨(67·여)가 한 말이다. '호남 민심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은 유효하지 않은 듯했다. 광주 양동시장은 호남 민심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통 시장으로 지역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곳이다.

추석을 맞아 호남의 민심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광주와 목포. 열흘이나 되는 긴 연휴에 사람들의 얼굴에선 여유가 묻어 나왔다. 가족단위로 밖에 나와 장을 보거나 바람을 쐬는 이들로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였다. 아직은 대형 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정치의 고장' 호남은 벌써 내년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추석 밥상'의 화두로 오른 듯했다. 삼삼오오 모여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사람이 낫다, 저 사람이 더 낫다', '민주당이 잘한다, 국민의당이 잘한다' 등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나요?"

지난 5월 대선에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60% 이상의 표를 줬다. 지난해 4월 열린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던 것을 기억해 보면 상당히 큰 지지였다. 이후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난 문 대통령, 호남은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양동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윤모 (59·여)씨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번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을 안아주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그렇게 국민과 소통하고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앞으로도 잃지 않고 쭉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반면 옆에 있던 남편 이모(63·남)씨의 의견은 달랐다. 이 씨는 "문 대통령이 말로는 호남을 챙긴다고 하는데 실제론 안 그런 것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달라진 게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모친과 함께 목포 동부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서모(27·남)씨는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 목소리뿐만 아니라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목소리가 무엇인지 잘 경청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사람보고 뽑겠다"

명절을 지내기 위해 장을 보고 있는 목포시민과 상인 사이에서 웃음이 오가고 있다. /목포= 이원석 기자
명절을 지내기 위해 장을 보고 있는 목포시민과 상인 사이에서 웃음이 오가고 있다. /목포= 이원석 기자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손을 들어주며 민주당에 경고한 호남 민심의 향배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당을 더 밀어주고 싶냐'는 물음에 답한 다수의 호남 민심은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 택시기사 박모(66·남)씨는 "이제 당 보고 뽑는 건 없다"며 "솔직히 국민의당이나 민주당이나 거기서 거기다.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둘 다 너무 못하면 한국당이라도 뽑겠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광주에 사는 회사원 남모(34·여)씨도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동료들도, 친구들도 이젠 당이 아니라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들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남 씨는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한쪽으로 분위기가 쏠려있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도 부연했다.

무엇보다 두 당에 대한 쓴소리가 한목소리로 쏟아졌다. 광주 광산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이모(62·여)씨는 "솔직히 국민의당을 뽑아주면 좀 잘 할 줄 알았는데 요샌 보수들과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정신 차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포 회사원 윤모(44·남)씨는 "총선에서 호남이 보여준 건 민주당 보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한 것"이라며 "근데 아직도 헤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이 됐다고 더 자만하면 안 된다"면서 "겸손한 모습으로 사고 치지 말고 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국민의당 존재?… 긍정적 효과 있어"

국민의당의 등장은 호남에 있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항상 민주당에 대부분의 표를 몰아줬던 호남인들에게 있어선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날 만난 일부 지역민들은 국민의당에 대한 여러 쓴소리를 남기면서도 존재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이 결과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들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목포 동명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송모(45·남)씨는 "국민의당의 색깔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국민의당 때문에 민주당이 호남을 무시하지 못 한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동부시장 상인 윤모 씨(68·여)도 "민주당이랑 국민의당이 좋게 경쟁하면 결과는 더 좋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그냥 치고받고 싸우는 거 말고 서로 잘하려고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모 씨(45·남) 역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호남은 당을 보고 찍는 게 아니라 정말 누가 잘하는 사람인가를 보고 찍을 것. 그런 선의의 경쟁이 좋은 정책으로 나타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광주 택시기사 권모 씨(67·남)는 "좋은 점도 있지만 서로 대적하다 보니 보수에게 질 때가 많은 것 같다"면서 "뭉칠 땐 확실하게 뭉쳐서 정체성을 같이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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