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안기부 고문' 피해자 감금·폭행 일당 '징역' 등
입력: 2017.09.25 22:07 / 수정: 2017.09.25 22:07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한 남성을 상대로 땅을 갈취하기 위해 폭행 및 감금한 일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한 남성을 상대로 땅을 갈취하기 위해 폭행 및 감금한 일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경진 기자] 법조계에서는 25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한 남성을 상대로 땅을 갈취하기 위해 폭행 및 감금한 일당에 대한 선고와 체납 세금으로 인한 압류를 해지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무서에 불을 지르려던 남성의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선고로 당선됐다'는 취지의 SNS 글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재판이 이목을 끌었다.

○…法 "불행한 과거 경험 회상…피해 회복도 안 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박재순 판사)은 준사기 및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모(45) 씨에게 징역 5년, 박모(58) 씨와 이모(43) 씨 그리고 임모(36)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모(62·여)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김모(36) 씨에게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정모(60) 씨에게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씨 등은 서울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던 A(64)씨가 과거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한 것과 이로 인한 공포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1월 A씨가 거주하는 컨테이너에 잠입, 전기충격기로 A씨의 허벅지에 충격을 주면서 "안기부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2월 A씨에게 다시 찾아간 정 씨 일행은 "안기부가 부동산을 개발하는데 토지를 투자하라"는 등 45억 원 상당의 땅을 갈취한 혐의도 있다. 이후 토지를 가로챈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2015년 4~5월 A씨에게 겁을 줘 모텔, 빌라 등으로 데려가 감시하는가 하면, 그해 10월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지난 4월까지 감금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 씨 일행의 폭행 및 감금으로 인해 A씨가 "행동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됐고, 그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불행한 과거 경험을 가진 A씨가 이 사건으로 그 경험을 회상하게 됐다. 5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해 실질적으로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 씨는 범행을 전체적으로 계획하고 다른 공범들을 참가시켰고 A씨의 토지로 약 13억 9000만 원을 얻어 회사 운영비나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며 "박 씨는 A씨의 정보를 줘 범행의 단초를 제공했고, 이 씨는 토지 처분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는 일명 '바지' 역할을 하기로 하고 토지 매도 과정부터 감금장소 변경에 개입해 7600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씨는 A씨가 자신을 안기부 직원으로 알고 있는 사정을 이용해 토지 매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를 받거나 감금 장소로 옮기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김 씨는 경제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피해자와 혼인했고, 특히 2015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자영업자 A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5시 50분께 인천 계양구 북인천세무서에서 자신이 지니고 간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 픽사베이닷컴
자영업자 A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5시 50분께 인천 계양구 북인천세무서에서 자신이 지니고 간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 픽사베이닷컴

○…체납세금 다툼 후에 불 지르려던 A씨, 집행유예 2년 선고

인천지방법원 형사10단독(이재환 판사)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2)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영업자 A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5시 50분경 인천 계양구 북인천세무서에서 자신이 지니고 간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불을 지르려고 시도했으나 세무서 직원들의 제지로 경찰에 인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세금 3500만 원을 체납해 토지를 압류당한 상태였다. 그는 "세금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분납해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절당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

재판부는 "A씨는 세무서의 업무처리에 불만을 품고 시너와 라이터를 이용해 세무공무원들을 협박하고 불을 지르려 했다"면서 "범행 방법 등을 고려하면 매우 위험했고 범행 동기도 극히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범행을 인정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체납액 중 일부를 납부한 점, 실제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취지의 트위터 글을 올린 홍모(59)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배정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취지의 트위터 글을 올린 홍모(59)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배정한 기자

○…'박근혜는 부정선거로 당선' 트위터 글…"명예훼손 아냐"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남현 판사)은 박 전 대통령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홍모(5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 씨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8회에 걸쳐 '12·19 부정선거를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노림수',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고 공직을 강탈하여 공직자 행세를 하면서 공직을 이용' 등 박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취지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이 외에도 '김종필이가 자식이 있다고 했으니 믿을 만 한기라~'라는 등의 글도 게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 씨의 부정선거 관련 게시물에 대해 "이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선거에 개입하고 저치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공소가 제기된 이후다"면서 "홍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12년 대통령선거가 국정원 등이 개입한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자녀가 있다는 취지의 글에 대해 "'김종필의 말이니 믿을 만하다'는 부분은 의견표명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와 같은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퍼져 있어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namubo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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