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검찰 vs 법원 '영장기각' 충돌…기각률 증가했을까?
입력: 2017.09.25 04:00 / 수정: 2017.09.25 11:06

국정원 댓글조작, KAI 방산비리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에 법원 측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다. /문병희 기자
'국정원 댓글조작', 'KAI 방산비리'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에 법원 측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대검찰청=변동진 기자]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에 법원 측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은 지난달 1일 윤모(59) 전 KAI 경영지원본부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하성용(66·구속) 전 대표, 회사 간부, 협력업체 대표 등 모두 6명(7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구속된 건 3명에 불과하다.

국정원 사건의 경우도 민병주(57)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구속됐지만, 수백 명의 팀원을 거느렸던 민간인 외곽팀장 송모 씨, 전 국정원 직원,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전·현직 간부 등은 모조리 기각됐다. 또한 문성근 씨와 김여진 씨의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유모 씨와 서모 씨 중 유 씨만 구속되고 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특히 중앙지검은 지난 8일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관계자 2명과 인사 청탁을 받고 사원을 부당 채용한 혐의를 받는 KAI의 이모(57) 본부장에 대한 영장 모두 기각되자 입장문을 내고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 댓글부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면서 "국민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뿐마 아니라 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양지회 간부 박 씨 구속영장 재청구와 관련 "영장이 많이 기각돼서…"라며 푸념했다.

그렇다면 정말 구속영장 기각이 늘었을까. 이에 <더팩트>는 대검찰청에 요청한 '최근 5년(2013~2017년 8월까지)간 서울고등검찰청 산하 지검별 구속영장 청구 및 기각' 자료를 토대로 팩트체크했다.

대검찰청 최근 5년(2013~2017년 8월까지)간 서울고등검찰청 산하 지검별 구속영장 청구 및 기각건에 따르면 서울중앙검의 올 1~8월 구속영장 기각률은 19.6%으로 지난해 17.1%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대검찰청 제공, 더팩트 재정리
대검찰청 '최근 5년(2013~2017년 8월까지)간 서울고등검찰청 산하 지검별 구속영장 청구 및 기각건'에 따르면 서울중앙검의 올 1~8월 구속영장 기각률은 19.6%으로 지난해 17.1%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대검찰청 제공, 더팩트 재정리

FACT체크 1. 법원 구속영장 기각, 정말 증가했을까

결론부터 밝히면 사실이다. 대검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올 1~8월 구속영장 기각률은 19.6%(2259건 청구 중 442건 기각)으로 지난해 17.1%(청구 3594건, 기각 613건) 대비 2.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서울고검 산하 지검의 평균 영장 기각 상승률 0.3%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올해 고검 산하 지검 가운데 두 번째로 기각률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의정부지검은 21%를 기록해 가장 기각이 많이 되는 곳이었으며, 이어 △서울중앙지검(19.6%) △춘천지검(19.1%) △인천지검(18.8%) △수원지검(18.2%) △동부지검(17.2%) △남부지검(16.5%) △북부지검(16.4%) △서부지검(16.2%) 순이었다.

아울러 중앙지검의 5년간 평균 기각률은 18.6%(2013년 18.8%, 2014년 19.2%, 2015년 18.3%, 2016년 17.1%)로 '고검 산하 지검 기각률 평균'(18.5%)보다 0.1%포인트 높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1년간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을 비교해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기각률이 상승했다. /더팩트DB
박근혜 정부 초기 1년간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을 비교해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기각률이 상승했다. /더팩트DB

FACT체크 2. 朴 vs 文, 정권 초기 구속영장 기각률 비교해보니

서울고검 산하 각 지검의 2013년 기각률은 18.3%(1만7043건 중 3112건 기각)로, 올해(18.4%)보다 0.1%포인트 낮았다.

지검별로 보면 동부지검과 수원지검의 영장 기각률은 각각 17.2%, 18.2%로 박 전 대통령와 문 대통령 초기 같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 남부지검(-2.1%)과 서부지검(-1%), 북부지검(-0.5%) 등은 영장 기각률이 하락한 반면 의정부지검(0.2%)과 인천지검(1.5%), 춘천지검(1.6%) 등은 상승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은 18.8%(3189건 중 600건 기각)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0.8% 상승한 19.6%(2259건 중 442건 기각)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건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다. 윤석열(56·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박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인 원세훈 전 원장를 비롯해 △'수사 축소·은폐 및 외압 의혹'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댓글부대에 수백억 지원 혐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단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영장 자체를 청구하지 못한 것이다.

애초 수사팀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으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혐의 적용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압박해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윤 지검장은 검찰 수뇌부와 마찰,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인해 지방으로 좌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아래)은 최근 국가정보원 정치개입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더팩트DB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아래)은 최근 '국가정보원 정치개입'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더팩트DB

지금은 2013년과 상황이 다르다. '적페 청산'이란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이를 기각하고 있다.

예컨대 법원은 지난 8일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을 통해 여론 조작 활동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관계자 2명과 '사이버 외곽팀'을 담당하면서 인적사항을 위조해 활동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문모 전 국정원 직원, 수백 명의 팀원을 두고 여론조작 행위를 한 송모 민간인 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했다.

아울러 양지회 현 간부 박모 씨의 경우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오민석 부장판사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해 검찰과 법원은 장외설전을 벌였다.

한편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는 민 전 단장과 문성근 씨와 김여진 씨의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유모 씨 등 두 사람이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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