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화제의 판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장소 따라 '모욕죄' 성립된다
입력: 2017.09.24 04:00 / 수정: 2017.09.24 04:00
같은 비방글이더라도 올린 곳이 카카오스토리냐 인터넷 카페냐에 따라 모욕죄 성립 여부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PIXABAY
같은 비방글이더라도 올린 곳이 '카카오스토리'냐 '인터넷 카페'냐에 따라 '모욕죄' 성립 여부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PIXABAY

법은 상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려워할 필요도, 거부감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더팩트>는 법조계에서 이슈로 떠오른 '특별한' 판결을 소개하는 [TF화제의 판결]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해당 판결이 화제가 된 사연을 비롯해 판결문을 알기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모르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법을 아는 사람'이 되길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서울남부지법=김소희 기자] 누군가를 비방하는 글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면 '모욕죄' 혹은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최근 얼마나 공개적인 곳인지에 따라 '모욕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에게도 누군가를 비난하는 발언은 '모욕죄' 성립 위험이 있다.

강모(59) 씨는 지난 2015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한 달가량 근무하다 퇴직한 정모 씨를 비방하는 글을 두 차례에 걸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와 '공인중개사 모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강 씨는 두 곳에 정 씨를 '정 실장'으로 지칭하며 "철없다 여긴 건 진작 알았는데 그게 꼴값을 떠는 거였더라", "받는 데만 익숙한 지독한 공주과"라고 비난했다. 이에 정 씨는 강 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강 씨는 검찰에 의해 약식기소됐다.

1심은 '정 실장'이라는 표현만으로 강 씨가 정 씨를 비난하는지 알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강태훈) 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은 정 씨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강 씨는 벌금 30만 원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씨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는 2만8000여 명이 회원으로 있어 '정 실장'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과 연동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의 계정에만 들어가 글을 읽을 수 있어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모욕성, 공연성, 특정성 세 가지가 모두 성립돼야 한다. /더팩트 DB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모욕성', '공연성', '특정성' 세 가지가 모두 성립돼야 한다. /더팩트 DB

그렇다면 '모욕죄'를 두고 1심과 2심이 다른 판결을 내린 까닭은 무엇일까. 법무법인 건우 이돈필 변호사는 <더팩트>에 "두 재판부의 판결이 다른 이유는 모욕죄 성립 요건 중 '특정성'을 보는 시각 차이"라고 설명했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로 경멸적 표현 행위(모욕성) ▲불특정 다수가 모욕 행위를 인지할 가능성(공연성) ▲피해자가 누구인지(특정성) 특정돼야 한다.

이 변호사는 "강 씨는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스토리에 '같은 내용'의 비방글을 올렸지만, 항소심에서 인터넷 카페를 무죄로, 카카오스토리는 유죄로 본 이유는 카카오스토리는 '특정성'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강 씨가 인터넷 카페에 정 씨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건 '모욕성'과 '공연성'은 성립하지만 '특정성'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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