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나용찬 괴산군수 당선무효형 선고 등
입력: 2017.09.22 20:14 / 수정: 2017.09.22 20:14

경찰 총경 출신의 나용찬 충분 괴산군수는 전임 임각수 군수의 낙마로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문병희 기자
경찰 총경 출신의 나용찬 충분 괴산군수는 전임 임각수 군수의 낙마로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문병희 기자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경진] 법조계에서는 22일 4·12 보궐선거 기간 한 단체에 찬조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나용찬(64·무소속) 충북 괴산군수의 재판과 간첩 누명으로 인해 무기징역을 받은 김모(76) 씨의 무죄 선고, 교리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재판 등이 이목을 끌었다.

○…나용찬 괴산군수 '커피값 20만원'에 벌금 150만원 선고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이현우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 군수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나 군수는 지난해 12월 14일 선진지 견학을 가는 한 단체 운영진에게 '커피값에 쓰라'며 찬조금 명목으로 현금 20만 원을 건네 기부행위금지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지난 3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의 돈은)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6일 결심 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돈을 받은) 운영진의 진술은 일관된 반면, 친분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빌려줬다는 나 군수의 진술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부 행위는 비록 소액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범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허위사실 공표를 통해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나 군수는 판결에 불복, 항소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일교포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일교포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간첩누명 사형 선고' 재일교포, 34년만에 무죄 판결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이날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일교포 김 씨의 재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34년 만이다.

김 씨는 지난 1983년 3월 간첩활동 및 반국가단체 찬양 등 국보법·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징역을, 대법원에서도 원심이 인정됐다. 김 씨는 지난 2015년 8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김 씨는 일본에서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에게 연행돼 50일 넘게 불법 구금 상태에 있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9차례 진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7차례 피의자 신문조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한국에서 초등교육만 받고 일본으로 밀항해 24년간 거주했는데 진술서를 막힘없이 써 내려간 것처럼 돼 있다"며 "오래전 일도 매우 상세히 적혀 있어 본인이 작성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가혹행위 또는 고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검찰에서도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작성한 의견서를 김 씨가 확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피의자 신문이 이뤄져 자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집총(총을 잡는 것)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집총(총을 잡는 것)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 픽사베이닷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 거부'...法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권기철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법원은 지난달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화와의 증인' 신도 4명에게 연이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권 부장판사는 "양심의 자유에 기초해 집총(총을 잡는 것)을 거부하는 입영대상자를 실형으로 처벌하고 교정 시설에 격리하는 것이 엄중한 안보 상황을 완화하거나 군사적 분쟁을 해결함에 도움이 된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형벌을 감수할지언정 개인·종교적 신념을 꺾지는 않아 이들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소수자 배려에 관한 민주국가적 포용 역량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체 복무를 통한 병역의무 이행을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고 국가도 무의미한 형벌 집행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대신에 국가적·공익적 사업에서 복무할 수 있는 자원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들의 친형은 각각 2005년과 2015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namubo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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