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김명수 가결' 막전막후…5대 결정적 장면
입력: 2017.09.22 05:46 / 수정: 2017.09.22 05:46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표 결과 총 투표수 298표에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가 나왔다. 총 투표수의 과반인 가결표수 150표를 10표 넘기며 극적으로 임명안이 가결된 것이었다.

표결 직전까지도 가결은 불확실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두 보수야당은 이미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의 121석이 모두 찬성한다고해도 총 투표수의 과반이 되기 위해선 약 30여 표가 더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여당에 우호적인 정의당, 새민중정당의 표를 합치더라도 20표 이상이 부족했다.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장면 1. 민주당,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에 ‘충격’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지기 10일 전이었던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가결을 확신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끌어왔던 표결이었고 그동안 계속해서 김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을 호소해왔던 민주당은 국민의당 등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표 2표. 부결이었다. 가결표수보다 딱 2표가 모자랐다.

민주당은 부결이 발표되자 망연자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큰 충격이었다.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여러 민주당 의원들은 매우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민주당은 곧바로 긴급 회의까지 열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급기야 우 원내대표의 '사퇴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끌어온만큼 가결을 성공시키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에서였다. 그러나 여러 의원들의 만류로 사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에 대한 충격이 김 대법원장 후보자는 반드시 임명시켜야한다는 급박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장면 2.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에 쏟아진 비판 여론들

김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이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에 여러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당 때문에 부결이 됐다'고 몰아 세웠다. 추미애 대표는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여론도 국민의당을 꾸짖으며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김 헌재소장 부결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국민의당이 한국당과 같이 간다', '다 국민의당 탓이다'는 등의 네티즌 비판 댓글이 줄이었다.

특히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 출신 김 헌재소장 후보자를 부결시켰다는 비판 여론은 치명적이었다. 국민의당의 고민은 깊어졌다.

#장면 3. ‘여전사’ 추미애의 사과

국민의당은 김 헌재소장 부결 당시 자신들을 향해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책임을 돌렸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발끈했다. 이들은 "추 대표가 '땡깡'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당과는 어떤 절차적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공개적으로 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와중에 터진 국민의당의 분노는 민주당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그러나 추 대표는 원래 평소 말이 쎄기로 유명하다. 국민의당 '대선 제보 조작 사건' 당시에도 "안철수·박지원 머리자르기"라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의당의 큰 비난에 직면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추 대표는 강한 어조의 발언들로 다른 당의 심기를 잘(?) 건드리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지난 18일 대뜸 국민의당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경기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대의 과제와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유감 표현에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는다"며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이 있으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갑작스런 사과였다.

이에 발맞춰 우원식 원내대표도 국민의당을 향해 "추 대표와 마찬가지로 저도 (김이수 부결 후) 과정에서 있었던 과도한 이야기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당과 우리 당 간에 조성된 긴장을 풀고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김 후보자 문제를 잘 협의해 나가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과에 국민의당도 응답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적폐연대, 적폐세력과 환호한 국민의당이란 표현들이 있는데 국민의당을 원색적으로, 도덕적으로 비난한 데 대한 유감 표명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다"면서도 "이것과 별개로 국정은 대단히 중차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과 관련된 절차 협의에는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어있던 정국이 녹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회=  배정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회= 배정한 기자

#장면 4. 김 후보자 임명안 21일 표결 합의… 설득 나선 민주당과 文대통령

민주당 '투톱'의 사과 때문이었을까. 인사청문특위에서 여야 위원들의 이견으로 청문보고서 채택마저도 되지 않으며 답보 상태였던 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안에 대한 표결이 21일로 잠정 확정됐다.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19일 만나 합의한 것이었다.

이같이 합의가 된 데에는 여야 각각의 여러 셈법이 있었겠지만 크게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로 종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맞춰 인청특위에서도 바로 전날이었던 20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마저도 이견이 있어 한국당이 불참한 채 진행됐지만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에는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표결 날짜가 정해지자 민주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개개인이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찬성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가세했다. 문 대통령은 UN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장면 5. ‘자율투표’ 국민의당, 김이수 때와는 사뭇 달랐던 분위기

이번에도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관심이 주목됐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 개개인의 '자율투표'로 방침을 정했다. 김 헌재소장 표결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공개적으로 찬성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의 삶과 31년 판사로서의 족적이 증명하듯이, 김 후보자가 사법부 개혁의 적임자라는 소신으로 대법원장 인준 표결에 찬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 또한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표결 당일 진행된 의총에서는 박지원·정동영 등 중진의원들의 공개 찬성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이유를 막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대표에게 간곡한 전화를 했고, 김 후보자 청문회는 역대 어떤 청문회보다 도덕성에 하자가 없었다"면서 "당면한 사법개혁의 가장 필요한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선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 역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자율투표 방침과 관련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권고적 당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론으로 반대 입장이었던 바른정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이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표결 당일 오전 의총 직후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며 "국민들에게 반대한다고 설명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가운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가운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 이새롬 기자

결국 김 후보자 임명안은 가결됐다. 김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사퇴까지 이어지며 '인사책임론'에 맞닥뜨린 상황이었던 민주당은 안도했다.

야당의 도움 없이는 가결시킬 수 없었던 민주당은 야당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정 민주주의사에 협치라고 하는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찬성표에 함께 해주신 야당 의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몸을 낮추고 집권여당으로 국민 뜻 받들고 우리 사회 개혁 민생 위해서 뜻을 함께 하는 야당과 더 손 굳게 잡고 협치의 길을 함께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캐스팅보터' 국민의당도 후련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시다시피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달렸는데 참으로 고심을 많이했다"며 "이성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그리고 김 후보자가 자격으로 보더라도 흠결이 없고 사법부 독립이나 사법 개혁에 적임자라는 생각이 드니 이성적으로는 찬성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민주적 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결정된 사항에 대해선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여태까지 김 후보자 성향의 여러가지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장으로서의 공정한 인사, 또 우리 사법부 독립성, 공정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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