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남경필 지사, 내년 6월 '이빨과 뿔'을 다 탐할까"
입력: 2017.09.22 05:23 / 수정: 2017.09.23 22:23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장남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더팩트DB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장남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53)는 '양지(陽地)의 정치인'으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없다. 지역 재력가로 재선 국회의원인 선친의 선거구를 물려받아 33세의 나이에 선량이 됐다. 내리 5선(15~19대)을 하고 도지사직을 수행중이다. 그와 같은 비단길을 걸은 정치인은 드물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을 거치면서 보수의 기린아로 거듭 성장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격류에서는 바른정당 창당에 일익을 담당하면서 '개혁 보수'의 이미지도 나름 확보했다.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고 있음을 내보였다.

외부의 '금수저' '오렌지족' 평가가 달갑지 않겠지만 그는 당당하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좋은 집안 잘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고, 고통 받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유의 긍정 마인드를 나타냈다. '넥스트(NEXT)경기'를 위한 '혁신 도지사'를 자임하는 그다운 태도다

2014년 7월 필자와 인터뷰 때는 "어떤 정치인이 기득권의 비리를 깨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겠다고 움직이면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며 '공간을 창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근히 유연하면서도 결기가 있는 스타일이다. 경기도 '소(小)연정'추진에서 내비추듯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의 리더십 점수도 나쁘지는 않다. 일단의 보수는 20년을 무탈하게 달려온 남경필 지사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3월28일 유승민 의원이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되자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포옹하며 축하해주고 있다./ 더팩트DB
지난 3월28일 유승민 의원이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되자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포옹하며 축하해주고 있다./ 더팩트DB

그런데 이런 남 지사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장남(26)의 마약(필로폰)투약 혐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언제라도 공격받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그대로 노출됐다.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주위 위로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성인인 장남의 일탈행위가 아버지 남 지사에게 법률적 연좌죄의 고리는 전혀 없다. 그러나 공인, 특히 정치인의 경우에 국민 '눈 밖에 난' 직계비속 이슈는 치명타로 종종 작용했음을 남 지사도 모르지는 않을게다. 아버지 남경필과 정치인 남경필은 별개라고 지금은 감싸지만 선거철이 되면 '수신제가치국' '가화만사성'을 심지로 만든 말폭탄이 도의적 연좌죄를 운운하면서 무자비하게 터질 게 훤하다.

법원은 남 지사의 장남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며 남 지사는 고개를 숙였다.

아들 악재에 따른 남 지사 정치생명은 내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진퇴가 결정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재선 도지사에 출마하느냐,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를 두고 선거공학자들은 아마 벌써부터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장남 이슈발생후 남 지사의 페이스북 댓글은 비난여론과 동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남 지사는 향후 정치적 일정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나머지 정치적 역할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 드리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신중하게 원론적으로 응대하면서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도지사직 사퇴하고 정계은퇴 선언하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 정치환경 및 구조를 볼때 현실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버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공인으로서 도지사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거듭 밝힌 남 지사는 아마 모든 변수를 고려해 '내년 그림'을 홀로 구상하고 있을 듯 싶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임을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남 지사는 3년 전에도 당시 군 복무 중인 장남의 후임병 폭행 및 추행사건으로 "도민과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당시에도 정치적 타격을 적지않게 입었지만 그런데 이번 마약 투약사건은 국민 정서상 그 타격강도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내년 선거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마약투약 혐의로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남 지사가 내년 도지사 재선에 도전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중이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장남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남 지사는 대국민 사과입장을 내놨다./더팩트DB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마약투약 혐의로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남 지사가 내년 도지사 재선에 도전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중이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장남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남 지사는 대국민 사과입장을 내놨다./더팩트DB

재선 불출마는 둘째치고 정치판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 지사의 정치 행보가 '제34대 경기도지사직 수행'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하지만 '아버지의 역할도 다하고, 도지사의 역할도 수행하겠다'는 즉각적인 집장표명을 보면 재선 경기도지사에 강하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하늘은 두 가지를 다 주지는 않는다. 이빨을 준 자에게는 뿔은 주지 않는다. 날개를 준 자에게는 발은 두 개만 준다." (漢書에서) "버리기는 아깝고 지니기에는 짐이 되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법정 스님)

'공간을 창출하겠다'는 정치인, 남경필 지사가 '이빨과 뿔'을 다 얻으려고 나설지, 짐이 되는 것은 버리는 고뇌끝의 선택을 할지가 내년 지자체 선거의 큰 관전 대목이 됐다.

"월드컵 축구를 보니까 공간을 창출하는 공격수가 본인이 골을 만들어내든, 동료의 골을 만들게 해주든, (그)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그 팀을 결국 승리로 이끌게 해주더라. 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정치인)에게 큰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한다." 남 지사의 '공간 창출론'은 이렇다.

남 지사는 어떤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지 지지여부를 떠나 궁금해진다. 게다가 국내 정치판에서 '후보 개인'이 아닌 '가정사'가 선거승패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지도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확인하고 싶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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