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명수 가결’… 김이수 부결 때와 정반대된 풍경
입력: 2017.09.21 21:21 / 수정: 2017.09.22 04:30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총 투표수 298표 중 찬성 160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개표 결과를 발표하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찬성표수를 알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가결표수는 총 투표수 298표의 과반, 즉 150표 이상이 돼야 했는데 10표가 더 나오며 여유 있게 넘긴 것이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던 당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과 정반대였다. 당시 김 후보자 부결이 정 의장의 입에서 발표되자 한국당은 “됐다!”고 소리치며 환호했다. 의원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국민의당은 김 헌재소장 후보자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기명투표였기에 각 당의 표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한만큼 국민의당의 찬성표가 가결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본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표정은 나름 흡족해보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21일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 299명 의원 중 구속 중인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298명이 재석해 모두 투표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21일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 299명 의원 중 구속 중인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298명이 재석해 모두 투표했다. /국회 = 이새롬 기자

◆표결 전 분위기는 한국당이 ‘우세’

본격적인 표결이 시작되기 전 본희의장 내 분위기는 반대 당론을 채택한 한국당이 우세한 듯 했다. 정 의장이 개회 선언을 하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우르르 일어나 투표소 앞에 줄을 섰다. 반면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이어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이 나와 청문 결과를 보고했다. 인청특위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에 ‘적격’, ‘부적격’ 의견을 병기했고 주 의원은 두 의견을 차례로 읽었다. 주 의원이 적격 의견을 다 읽고 부적격 의견을 읽기 시작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여기저기서 “잘했어!”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주 의원이 보고를 마친 후에도 한국당 의원 여럿이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본회의장의 흐름을 가져가는 듯 했다.

◆찬성 160표, 여유있게 가결

김 후보자 임명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투표수의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했다. 이날 총 투표수는 298표였기에 가결표수는 150표였다. 개표 결과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집계됐다. 가결표수보다 10표 더 많이 나온 찬성표가 어찌보면 간당간당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부결까지 예상됐던 상황이었기에 상당히 여유 있는 표수였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안도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의원들은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에게로 모여들어 서로를 격려했다. 반면 바른정당과 한국당 등 반대 당론을 택했던 당 의원들의 표정들은 좋지 않았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 의원들은 담담했다.

본회의 종료 후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의원들의 표정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당히 상기돼 있었고 동료 의원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여럿 포착됐다. 또한 다른 당 의원들에게 찾아가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포커페이스(속마음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한국당 의원들 대부분 기자들이 질문할 틈도 없이 재빠르게 로텐더홀(본회의장 앞의 둥근 홀)을 빠져 나갔다.

의원들이 투표를 마친 뒤 감표위원들이 개표하고 있다. 이날 총 투표수 298표 중 160명이 찬성하고 134명이 반대, 기권 1표, 무효 3표로 집계됐다. /국회 = 이새롬 기자
의원들이 투표를 마친 뒤 감표위원들이 개표하고 있다. 이날 총 투표수 298표 중 160명이 찬성하고 134명이 반대, 기권 1표, 무효 3표로 집계됐다. /국회 = 이새롬 기자

◆ 우원식 “협치라는 새 장 열어”…정우택 “성향 우려 면죄부 아냐”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여야 원내대표들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정 민주주의사에 협치라고 하는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찬성표에 함께 해주신 야당 의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 더 몸을 낮추고 집권여당으로 국민 뜻 받들고 우리 사회 개혁 민생 위해서 뜻을 함께 하는 야당과 더 손 굳게 잡고 협치의 길을 함께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민주적 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결정된 사항에 대해선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여태까지 김 후보자 성향의 여러가지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장으로서의 공정한 인사, 또 우리 사법부 독립성, 공정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역대 정권이 그동안 지켜온 것은 사법부의 정치화 이념화에 대한 것을 해오지 않았나”라며 “이번 정권에서 임명된 후보자는 정치의 이념화나 코드화, 사법부 이념화 시키는, 우리가 기우했던 그런 대법원장이 아니라 역사에 기록에 남는 훌륭한 대법원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김 후보자 가결이 발표된 뒤 기뻐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김 후보자 가결이 발표된 뒤 기뻐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이번에도 존재감 ‘부각’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때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존재감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결이 아니라 찬성을 이끌어냈다.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가장 고생이 많았다는 말도 나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시다시피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달렸는데 참으로 고심을 많이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성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그리고 김 후보자가 자격으로 보더라도 흠결이 없고 사법부 독립이나 사법 개혁에 적임자라는 생각이 드니 이성적으로는 찬성으로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감성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지난 4개월 동안 일방통행식 국정, 말로만 하는 협치, 이런 것에 대한 심정적 공감이 있었다. 그러나 의원들이 숱한 고뇌와 고민 끝에 감성을 누르고 찬성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로 표결엔 참여하지 않았던 안철수 대표도 김 후보자 인준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부의 독립, 그리고 개혁을 위한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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