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영란법 시행 1년'…"'3·5·10' 가혹? 외국에서 비웃을 것"
입력: 2017.09.21 05:00 / 수정: 2017.09.21 05:00
20일 법조계 전문가들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김소희 기자
20일 법조계 전문가들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김소희 기자

[더팩트|서울지방변호사회관=김소희 기자] "금품수수 상한기준은 우리 사회의 부패 척도를 나타내는 겁니다. 10만 원짜리 밥을 먹으나 7000원짜리 밥을 먹으나 소화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길준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5·10' 규칙으로 축산·화훼 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에요."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 청렴한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시행 1년이 되면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탁금지법'은 2015년 3월 27일 법률이 공포되고 약 1년 6개월 만에 시행된 데다, 2016년 9월 8일 시행령이 공포되고 20일 만에 이뤄진 까닭에 개정해야 할 법들이 산적해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 전문가들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 모여 '청탁금지법'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와 청탁금지법연구회(회장 신봉기)는 이날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열었다.

이날 법조계 전문가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건 '3·5·10' 규칙이었다. '청탁금지법'은 음식물 접대 상한선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허용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길준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5·10' 상한 기준이 낮다는 견해는 부정한 금품수수를 조장해서라도 경제를 활성시켜야 한다는 수준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길 교수는 이어 "통상 외국에서는 10달러가 넘으면 선의의 '선물'을 넘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독일도 10유로로 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청탁금지법'이 야속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번역해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면 모두가 비웃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길 교수는 이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5·10' 허용가액에 대해 연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8조 1항에서 선물의 제한을 100만 원으로 열어두고 있는데, 이것을 정부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럴 때일 수록 권익위가 3.5.10 규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반면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상식적으로 물흐르듯 법도 사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청탁금지법은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완전히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축산·화훼 등 피해를 입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의 생계도 보호하는 법도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3·5·10'에 어떻게 접근해 개정하고 보완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입법컨설팅팀장 역시 "국민이 진정으로 궁금한 건 4만9000원짜리 떡을 준 것이 걸려 처벌을 받은 사람이 아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레인지로버 판사' '스폰서 검사'"라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법령해석 지원 TF'의 기능을 강화해 보다 적극적인 기준을 정립하고,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의 처벌 규정의 모호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청탁금지법'을 '행정법'으로 규정해야 할지, 아니면 '형법'으로만 봐야 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길준규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처벌법규라는 점에서 형법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독일의 사례를 보면 공무원징계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며 "무작정 형법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특별형법'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형벌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보면 청탁금지법 역시 형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금지되는 부정청탁의 대상직무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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