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영국과 체코, 세네갈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북핵 협력 등 '외교 다변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이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
[더팩트 | 뉴욕=오경희 기자]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다변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영국과 체코·세네갈 등 각국 정상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북핵 협력은 물론 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
방미 이틀째인 이날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께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과 유엔 회의장 내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한·체코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실질협력 증진 및 북핵 문제 공조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동계스포츠 강국인 체코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적극 지원을 당부하고 많은 체코 국민이 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제만 대통령은 스포츠를 매개로 양국간 우정이 돈독해지고, 이해가 심화되기를 희망했다. 또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체코가 성공적 체제전환국(공산권→자본주의 국가)이자 EU 회원국으로 우리 정부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핵문제가 평화적방식으로 근원적·포괄적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함을 강조하고 체코의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은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 수호랑 인형을 선물했다./청와대 페이스북 |
양 정상은 2015년 구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지속 발전하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바이오·인공지능·ICT 등 신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의 주최(호스트) 격인 체코는 문 대통령에게 와인을 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체코에 이어 문 대통령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럽 맹주국인 영국은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국은 최근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결의 2375호를 채택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메이 총리에게 "영국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해주고 대북제재 결의를 이끌어주신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회담에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방안, 양국관계 강화 방안, 아프리카 지역 정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견을 주고 받았다. '외교 다변화' 측면에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첫 정상회담이란 데 의미가 있다.
양 정상은 한국과 세네갈이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는 공통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G20(주요 20개국 회의) 기간 각국 정상과 만났지만, 공식적으로 아프리카 정상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인사를 건넸으며 양 정상은 북핵 협력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
정상 회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본부에서 주최한 각국 수석대표 공식 오찬에 참석했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주요국 정상급 대화'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 관련 기조연설에서 "각국 정부들도 지속가능한 환경이 바로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이라는 철학을 가지기를 희망한다"며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해온 선진국들이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0일 오찬을 겸해 뉴욕 금융경제인과 대화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21일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유엔 데뷔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