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국민의당, 사법부 수장 '인질극' 그만둬라
입력: 2017.09.20 08:51 / 수정: 2017.09.20 08:5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였던 김이수 권한대행의 낙마 직후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였던 김이수 권한대행의 낙마 직후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대법원=변동진 기자] "사법부 수장을 볼모로 잡는 인질극은 그만둬야 한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사법계가 버팀목 없이 장기간 표류될 위기에 처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였던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권한대행이 '여소야대'라는 국회 문턱에 걸려 낙마했고, 김명수(58·15기)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안이 합의됐지만,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국민의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법부 정상 가동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정세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질극을 그만둬야 한다는 여론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우선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명수 후보자의 이력을 꼬투리 잡으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조직은 1988년 당시 전두환 정부에서 임명한 김용철 대법원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린 서울지방법원 소장판사 10여 명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구성원 일부가 설립에 참여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회장까지 맡았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당선된 뒤 강금실(60·13기) 전 법무부 장관과 박시환(64·12기)·전수안(65·8기) 전 대법관 등 우리법연구회 구성원들을 사법계 요직에 임명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수당으로부터 '편향성'에 대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될 만큼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었다"며 "이들 연구회의 사법장악 의혹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16일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총수인데 (김 후보자는) 대통령 코드에 딱 맞는 인사"라며 "삼권 분립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수 야당은 편향성을 이유로 김이수(왼쪽)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등이 사법부 수장에 오른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보수 야당은 '편향성'을 이유로 김이수(왼쪽)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등이 사법부 수장에 오른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보수 야당의 이 같은 논리는 김이수 권한대행을 반대했을 때와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김 권한대행이 '반대' 소수의견을 낸 점, 동성애 찬성 등을 근거로 이념·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일각에선 두 보수 야당의 주장을 '반대를 위한 구시대적 논리'라고 비판하지만, 시종일관 성향을 근거로 '사법부 독립성 우려론'을 펴왔기에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리고 이들의 반대 몰표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권한대행 인준안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의 반대는 조금 뜻밖이다. 김 권한대행의 인준안이 부결된 후, 청와대 관계자가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을 보면 김 권한대행의 인준안 부결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국민의당 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안철수 대표는 김 권한대행 인준안 부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계에선 "국회 300석 중 민주당 121석, 한국당 107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씩 확보하고 있으니 캐스팅보트는 우리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 깊숙하게 파고 들면 '정부와 여당은 우리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사법부 수장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근거와 논리, 심지어 정당성도 없는 믿도 끝도 없는 반대는 결국 '해적의 인질극' 수준에 불과하다. 더 우스운 사실은 김이수 권한대행의 경우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시절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과거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재판관으로 추천한 바 있다. /배정한 기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과거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재판관으로 추천한 바 있다. /배정한 기자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자 민주공화국이다. 또 헌법에 따라 입법·행정·사법 등 3권으로 나눠 상호 견제·균형을 통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한다. 그런데 자신들의 정략을 위해 삼권의 한 축을 볼모로 잡은 상황은 국민으로서 매우 개탄스럽다.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 때도 국가의 근간 중 하나인 사법부, 정확하게는 그 수장을 볼모로 붙잡는다면 그 당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어차피 정국 판세로 볼 때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한 것을 국민의당은 냉정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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