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문 대통령 첫 동행 취재, 전용기 대신 민항기 탔다
입력: 2017.09.19 14:31 / 수정: 2017.09.19 16:57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후(현지 시각) 교통 정체를 빚자 이동차량에서 내려 동포간담회 장소로 걸어갔다./청와대 제공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후(현지 시각) 교통 정체를 빚자 이동차량에서 내려 동포간담회 장소로 걸어갔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제72차 유엔총회 무대에 섭니다. 18일(현지 시각)부터 3박 5일 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기조연설(21일)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합니다. <더팩트>는 대통령 동행 취재를 하고 있는 뉴욕 현지 기자의 취재 현장 안팎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뉴욕=오경희 기자] "전용기에서 멋있게 내리는 게 꿈이었어."

미국 유엔(UN)총회 출장을 앞두고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나온 말이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취재는 기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국외로 나갈 때 전용기를 이용한다. 정식 명칭은 '공군 1호기'로, '코드 원(Code-One)'으로도 불린다.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방미인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전용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몇몇 기자들은 18일(한국 시각) 출국한 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에 오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좌석이 모자라서다. 전용기 내부엔 '펜'(취재기자)과 영상·카메라 기자를 포함해 모두 80석 정도의 기자석이 마련돼 있다. 출입국절차를 일괄로 하고, 지정좌석에 앉아 대통령과 동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행하는 기자들의 인원 수가 마지노선을 넘으면 '민항기'를 타고 현지에서 합류해야 한다. 정부는 2014년 10월 대한항공과 보잉 747-400 기종을 5년 동안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0년 3월까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서울공항서 전용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서울공항서 전용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청와대 제공

'정원초과(?)' 탓에 전용기 탑승의 꿈은 불발됐다. 일반 공항을 이용해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는 민항기팀(12명)은 선발대로 출발했다. 이날 새벽 5시30분 집을 나온 뒤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여행·출장을 떠나려는 많은 사람들이 부푼 마음을 안고 줄지어 서 있었다. 뉴욕 JFK 공항행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였지만, 통상 탑승수속 등에 3~4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일찍 대기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마냥 설렜다.

그러나 조금씩 심신에 '빨간 불'이 켜졌다. 티켓 발권에 수하물을 부치기까지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출국심사대를 거쳐 동료기자들과 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정된 좌석 양 옆엔 마음씨 좋은 노부부와 외국인 중년여성이 동행했다. 장시간 비행에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서로 눈치가 보였다.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 네 편의 영화를 내리 보는 동안의 시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벗어놓은 신발을 다시 신자 꽉 낄 정도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동료기자들과 다시 한번 "전용기가 부럽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13시간 후, "뉴욕에 도착했습니다"란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착륙했다. '뉴욕 땅을 밟았나?'란 실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이번엔 입국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동료기자들의 얼굴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오후 1시30분(이하 현지시각·한국 시각 19일 새벽 2시 30분), 장장 20여 시간 만에 뉴욕의 바깥공기를 쐤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을 또 1시간여 기다린 뒤 현지 차량을 이용해 숙소(프레스룸)로 향했다. 창문 넘어 타임스퀘어 건물을 보고 뉴욕이란 사실을 실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민항기에 탑승한 뒤 일반 출입국 절차를 밟았다. 사진(아래)은 미국 뉴욕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전경./뉴욕=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민항기에 탑승한 뒤 일반 출입국 절차를 밟았다. 사진(아래)은 미국 뉴욕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전경./뉴욕=오경희 기자

보안과 동선(공항과 유엔 본부 인접성) 등의 이유로 '청와대 프레스센터'는 뉴욕 맨해튼 거리 유명 M호텔 내에 마련됐다. 펜·영상·사진 기자단별로 나눠 흡사 청와대 춘추관(프레스센터)의 축소판과 같았다. 오후 4시 민항기팀은 각자 배정받은 객실에 짐을 간단히 푼 뒤, 프레스룸에 노트북 등을 설치했다. 인터넷 랜선과 무선 와이파이 등을 연결하며 실전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뉴욕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이었다. 유엔총회까지 겹치니 더 심했다. 전용기팀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졌다. 오후 7시 뉴욕 동포간담회 풀(Pool·공동취재) 펜 기자들은 짐도 못 푼 채 이동차량에서 하차해 간담회 장소까지 걸어가야 했다.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4시간을 비행한 문 대통령은 교통정체를 빚자, 차에서 내려 걸어가며 환영나온 교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길이 막혀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걸어갔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라고 진담 반 농담 반을 건네며 기자들을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의 교통정체로 인해, 차에서 내려 걸어가며 환영나온 교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의 교통정체로 인해, 차에서 내려 걸어가며 환영나온 교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제공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오후 7시 32분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이 또한 예정시각보다 뒤로 밀렸다. 문 대통령은 뉴욕 방문 첫 일정으로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접견했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찰나였지만, 민항기를 타고 먼저 움직인 걸 다행으로 여겼다. 숨 돌릴 틈은 있어서였다.

하지만 취재 일과는 전용기와 민항기를 가리지 않는다. 브리핑을 마친 뒤에도 기자들의 노트북은 꺼지지 않았다. "춘추관장님, 짐은 언제와요?" "간담회 마무리 발언은 언제 나와요" 등의 애타는 호소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눈꺼풀은 천근만근 자꾸만 아래로 내려앉는다. 이 마음을 알 리 없는 뉴욕의 야경은 야속하게도 화려하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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