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강경→사과'…野에 자세 낮춘 추미애·우원식, 왜?
입력: 2017.09.19 04:00 / 수정: 2017.09.19 04:0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회의를 한다며 소개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회의를 한다"며 소개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국민의당 등 야당에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이은 인사 낙마로 비상이 걸린 민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끌어내기 위해 야당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잇단 인사들의 낙마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난 12일에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안이 국회 표결 결과 부결됐고, 15일에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야권은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을 겨냥한 인사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까지 위기였다. 야권이 김 후보자에 대해 거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김 후보자의 '좌 편향성'을 지적했고,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에 대해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책임론을 덧씌운 것을 사과하지 않으면 김 후보자 임명에 찬성할 수 없단 뜻을 밝혔다.

특히 추 대표의 '땡깡' 발언은 국민의당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추 대표는 앞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자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추 대표가 '땡깡'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당과는 어떤 절차적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야권에 호소했다. /더팩트D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야권에 호소했다. /더팩트DB

이처럼 김 후보자 임명 반대에 대한 기류가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지난 17일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자 임명 협조를 야당에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며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 삼권 분립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인사 임명을 위해 직접 입장까지 낸 것은 문 대통령도 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과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의 강경 발언 사과를 요구한 국민의당에 일제히 사과하며 자세를 낮췄다.

추 대표는 18일 오전 경기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대의 과제와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유감 표현에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는다"며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이 있으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번 일 외에도 여러 차례 강경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던 추 대표가 이렇게 직접 사과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원내대표도 역시 국민의당을 향해 "추 대표와 마찬가지로 저도 (김이수 부결 후) 과정에서 있었던 과도한 이야기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당과 우리 당 간에 조성된 긴장을 풀고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김 후보자 문제를 잘 협의해 나가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태도 전환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협조한다면 민주당-국민의당의 찬성표만으로도 김 후보자 임명이 가능하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8일 추미애 대표의 사과에 “미흡하다” 면서도 김명수 후보자 표결에는 참여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 국회=배정한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8일 추미애 대표의 사과에 “미흡하다” 면서도 김명수 후보자 표결에는 참여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 국회=배정한 기자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추 대표 등의 사과로 인해 김 후보자 임명에 어느 정도 길이 열리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과와 관련 "적폐연대, 적폐세력과 환호한 국민의당이란 표현들이 있는데 국민의당을 원색적으로, 도덕적으로 비난한 데 대한 유감 표명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다"면서도 "이것과 별개로 국정은 대단히 중차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과 관련된 절차 협의에는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은 찬반 여부를 의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 국민의당은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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