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지난 12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부결에 이어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에 대해 야권에서는 '인사 책임론'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인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사과,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당은 이 같은 상황을 '인사 참사' 등으로 규정,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7일 한국당은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연이은 인사참사와 그에 대한 국민적 실망, 그리고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인사참사는 역대 최악'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낙마 사태가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는 것. 그러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인사문제는 시끄러웠다. 낙마자도 늘 발생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낙마가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에 <더팩트>는 바로 이전 정부였던 박근혜 정부 초기와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를 비교해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낙마 사태가 역대 최악인지를 직접 팩트체크해봤다.

√FACT체크. 문재인 정부 연이은 인사 낙마, 정말 역대 최악일까?

가장 먼저 이미 임기가 다 끝난 이전 정부의 인사 기록 전체를 살펴봤다.

우선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 청문 대상이 됐던 고위공직자는 총 81명이다. 그중 78명의 인사가 정상적으로 임명됐고 3명이 낙마했다. 낙마율은 3.7%다.

낙마했던 인사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 김병준 교육부장관 후보다.

그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에서 낙마율은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청문대상의 고위공직자가 113명 지명됐고 10명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낙마자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 이춘호 여가부 장관 후보,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이재훈 지경부 장관 후보, 신재민 문체부 장관 후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김병화 대법관 후보,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 등이다. 낙마자 수를 비율로 계산하니 8.8%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율은 다소 더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4년간 총 99명의 청문대상자가 지명됐다. 그 중 10명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비율은 10.1%다. 이는 노무현 정부보다 6.4%, 이명박 정부보다 1.3% 더 높은 비율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 낙마자가 많이 발생해 ‘총리 잔혹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태강 차관과 처음 법정에서 대면했다. /서초배정한 기자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만 놓고 비교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초기 내각 인선 과정인 현재까지 총 7명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낙마자는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까지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도 낙마자가 많아 시끄러웠다. 박근혜 정부의 1호 지명자이자 1호 낙마자인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아들 병역 문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김종훈 장관 후보자는 1조 원대 재산, 아내-처남 주식 관련 의혹, 룸살롱 출입설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주민등록 위장전입,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으로 사퇴해야만 했다.

이외에도 여러 명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내정자,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당시 낙마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 여러 의혹에 휩싸이며 자진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 초기 낙마자 수는 총 7명이다. 이는 현재 문재인 정부 낙마자와 같은 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초기 내각 인사에서는 지금까지 7명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와 동률이다. /청와대 제공

종합해보면 한국당 등 일각에서 나오는 '문재인 정부 인사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은 아직까진 사실이 아니다. 초기 내각 인선 과정인 현재까진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수의 낙마자가 발생했다. 즉 동점이다.

그러나 아직 문재인 정부는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크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도 다시 해야 하기에 낙마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이미 낙마자 수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보다 더 많다. 만약 문재인 정부에서 추후 더 많은 인사 낙마자가 발생할 경우 정말 ‘역대 최악의 인사’라는 말이 사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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