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야 바뀐 박성진 청문회…무슨 일이?
입력: 2017.09.12 01:04 / 수정: 2017.09.12 01:04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명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박 후보자. / 영등포= 이덕인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명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박 후보자. / 영등포=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국회= 이원석 기자] “제 관점에서 장관 후보자는 참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이 한 말이다. 평소대로라면 '여당' 의원이 했어야 어울릴 법한 말이었다. 통상 현 정권에서 임명한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당은 옹호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반대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1일 국회에서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이전부터 뉴라이트 역사관, 다운계약서, 창조과학론 등의 논란이 불거져 왔다.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를 향해 해당 논란들과 관련해 냉정한 비판들을 쏟아 냈다.

특히 이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석에서 한숨이 들려오기도 했다. 질의 직전 한숨을 쉬며 "오늘 인사청문회를 나오면서 차라리 질문하지 말까 이런 생각마저 할 정도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한 여당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곤혹스럽다 … 변희재 초청이 학문의 자유?”

여당 의원들을 한숨 쉬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때문이었다. 박 후보자는 앞서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에서 '뉴라이트 대부'라 불리는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포항공대 간담회 행사에 '보수 논객' 변희재 씨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이 전 교수 초청 세미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이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강도 높게 박 후보자를 비판했다. 이훈 의원은 변 씨 초청과 관련 "교수로서 비판적인 사고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는 박 후보자가 "학교에는 '학문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자 "변 씨 초청을 가지고 학문의 자유를 거론하는 것은 좀 우습지 않나"라고 강도 높게 반박하기도 했다. 이는 평소 다른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와 야당 청문위원의 질의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후보자 지명을 축하드리지만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상당히 곤혹하고 저도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탄했다. 김경수 의원 역시 "역사관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이유는 장관이라는 것이 결국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으로 어떤 시기에 들어섰고,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의 요구가 뭔지에 대해서도 본인이 인식을 가지고 장관직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조차도 박성진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의원은 “차라리 질문하지 말까 이런 생각마저 할 정도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 영등포= 이덕인 기자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조차도 박성진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의원은 “차라리 질문하지 말까 이런 생각마저 할 정도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 영등포= 이덕인 기자

한국당 “참 올바른 역사관, 지켜주고 싶은데…”

반대로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에게 맹공을 가하던 한국당은 박 후보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유섭 의원은 "박 후보자는 문재인 캠프 참여 안 했는데 (장관으로 추천된) 유일한 케이스"라고 평가한 뒤 "제 관점에서 후보자는 참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다. 지켜주고 싶은데 어려운 상황이다. 우군이 없다"고 말했다.

또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수고가 많다"며 박 후보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정책 질의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 역시 평소 여당의 모습으로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나왔다. 최연혜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발언, 신념을 뒤집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청와대는 박 후보자에게 '생활보수'라고 평가했는데 박 후보자는 편의에 따라 생활진보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박성진 후보자는 “그 부분(역사관)에 대해서 양심적으로 깨끗하다”며 “전체 제 인생에서 한 두 가지 흔적을 가지고 역사관과 이념을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 영등포= 이덕인 기자
박성진 후보자는 “그 부분(역사관)에 대해서 양심적으로 깨끗하다”며 “전체 제 인생에서 한 두 가지 흔적을 가지고 역사관과 이념을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 영등포= 이덕인 기자

◆박성진 후보자 “역사관·이념 논란, 양심적으로 깨끗해…‘다운계약서 탈세’는 인정”

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러 비판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먼저 "이런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는 그 부분(역사관)에 대해서 양심적으로 깨끗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 전 교수나 변 씨를 잘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면서 "뉴라이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전체 제 인생에서 한 두 가지 흔적을 가지고 역사관과 이념을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다운계약서’ 논란에 대해선 인정했다. 앞서 박 후보자 배우자가 2015년 8월 포항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면서 당시의 프리미엄 시세보다 낮게 신고해 탈세 의혹이 지적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 검증결과 다운계약이 됐다고 해 그때 알게 됐다. 실정법 위반으로 잘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는 인정하지만 나머지 의혹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산자중기위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면 따를 것인가”라고 묻자 “네. 위원님들과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산자중기위에서 ‘적격’ 또는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의견과 상관없이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여당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박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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