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이수 부결' 정국 소용돌이…與野 향후 전략은?
입력: 2017.09.12 04:00 / 수정: 2017.09.12 08:56

11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국이 또다시 꽁꽁 얼어붙게 됐다. 사진은 지난 1일 악수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정세균(오른쪽) 국회의장. /이새롬 기자
11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국이 또다시 꽁꽁 얼어붙게 됐다. 사진은 지난 1일 악수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정세균(오른쪽) 국회의장. /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가까스로 정상화에 들어선 정국이 다시 꽁꽁 얼어붙게 됐다. 인사 문제로 감정이 격해진 여야가 더 강하게 충돌하면서 정기국회가 '올스톱'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무기명 투표를 했다. 출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45명, 반대 14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특히 이날 임명동의안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부결이 나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표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민주당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책임을 야당에 돌리면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반면 기세등등해진 자유한국당은 종전보다 강력해진 대여 공세를 예고했으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 역시 제3정당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며 원내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했으며, 출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45명, 반대 14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사진은 피켓시위하는 홍준표 대표(왼쪽)와 정우택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했으며, 출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45명, 반대 14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사진은 피켓시위하는 홍준표 대표(왼쪽)와 정우택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기세등등'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대여 공세 고삐

김 후보자 부결로 야3당은 '단일대오'의 길에 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위력을 과시한 셈이다. 특히 이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캐스팅보트를 거머쥔 국민의당이 보수 야당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당별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앞으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민주당의 편을 드는 결단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결정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국민의당이 국회 내 입지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 후 지역적 기반인 호남 지지율이 바닥을 친 데다, 최근 '중도정당'을 기치로 내세운 안 대표가 당선되면서 당내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일례로 안 대표는 김 후보자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가 균형감을 가진 분인지 기준으로 판단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힘을 입은 한국당은 이번을 계기로 여권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대선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코드인사'에 제동을 걸면서 대여 공세에 탄력을 받은 것이다.

한국당의 향후 '타깃'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70%대로 무너진 만큼, 전술핵 재배치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역시 한국당에 가세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또한, 한국당은 미국에 의원 대표단을 파견하고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미국,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전술핵 외교에 나설 예정이다. 장외에선 오는 15일 대구, 그다음 주는 부산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집토끼 잡는데 전력투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여론 지지를 감안하면 이번 부결사태를 둘러싸고 국민의당을 비롯해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 역시 만만치 않은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탄핵을 완수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탄핵을 완수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새롬 기자

◆ '외톨이' 민주당, 향후 전략은? 국민의당에 손내밀까

정부 출범 후 다섯 달 만에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일차적으로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선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책임론을 둘러싸고 후폭풍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당장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중진 의원들의 만류 속에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청와대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에 따라 이번 국회 내에선 같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재상정할 수 없다. 이미 역대 최장인 223일의 헌법재판소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외에 다른 후보자를 물색해 다시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야3당의 협공 속에 외톨이가 된 민주당은 이번 김 후보자 부결이 여야 역학 구도의 변곡점이 되지 않도록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이어 원내지도부 회의까지 여는 등 발 빠르게 대응전략 마련에 나섰다.

일단 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은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라며 "탄핵을 완수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새롬 기자

청와대 역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야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도 발언대에 올라 야당을 향해 "한국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헌법기관장 인사를 장기표류시킨 것도 모자라 결국 부결시키다니 참으로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라 생각한다"고 맹비판했다.

다만, 여당은 외톨이 신세를 면하기 위해 국민의당을 압박하기보다는 포용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발표 직후만 해도 국민의당과 '네 탓 공방'을 벌였던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선 국민의당을 자극하기보다 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방어 전열을 갖추는 모양새를 택했다.

그러나 당 일부에선 돌아선 국민의당에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이 여전히 나오고 있어 갈등국면이 잘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 이중대가 아니라 본대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지도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큰 인내를 가지고 국민의당이 해달라는 대로 충분히 다 해줬는데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당이 최대한 호남 출신 헌재소장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걸 믿었고 최대한 설득했다. 근본적인 문제이지 전략적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12일 오전 11시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야당에 대한 대응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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