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청원글이 쏟아지고 있다./청와대 홈페이지 |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청원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문을 연 후 11일 현재 1만3323건이 올라왔다. 특히 일정 이상 지지를 받은 '베스트 청원' 목록들을 보면, 최근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뜨거운 감자'를 보여준다.
'청원법' 3조와 4조는 국가기관인 청와대에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등의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한다. 청와대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장관 ·수석 등이 답변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청원권 행사를 독려하는 기조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계정으로 접속한 뒤 외교/통일/국방·유아/교육·인권/성평등 등 분야별로 청원 기간(7~90일)을 설정해 글을 올리면 된다.
가장 치열한 논쟁 중인 청원은 이른바 ① '피투성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한 '소년법' 폐지 논의다. 지난 3일 청와대 게시판엔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은 폐지해야합니다"란 청원 글이 올라왔다. 11일 오후 6시 현재 26만4808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 기간은 오는 11월 2일까지다.
청원 제안자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걸 악용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 사건을 비롯해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등의 사례들을 제시했다.
'베스트 청원' 1위는 '소년법 폐지' 청원 글이다./청와대 홈페이지 |
소년법 폐지 이전엔 ② 여성의 국방의무 이행을 요구한 청원 글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었다. 지난 8월 30일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개정이 되어야 한다"는 청원 글이 등록됐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이 청원(9월 14일 종료)은 같은 시각 12만2062명의 참여 인원을 기록 중이다.
청원인은 "과거 이화여대 공무원 준비생 5명이 연대 장애인 학생 1명을 동참시켜 여성과 장애인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군 가산점을 폐지시켰다. 여성들이 장애인들과 동급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여성의 징병이 여성의 신체 차이 운운하며 통과되지 않는다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여성 간부 모집, 경찰 모집도 중단되어야 하고 사회에 나가서 기업에서 취업 차별이 발생해도 순리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③ 세 번째로 많은 청원 역시 '소년법 폐지'다.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매체물이나 약물, 유해업소 출입 등을 규제하는 법이며,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베스트 청원'을 차지한 청원인은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청소년의 범죄 처벌에 제한을 두는 법은 ‘소년법’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 보호법이라고 잘못 명시된 부분을 소년법으로 수정한 청원이 추가로 올라왔고, 동일한 내용의 이 청원에는 같은 시각 현재 11만8128명이 참여한 상태다.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만 총 38만2936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어 ④ 유아교육법 제 24조 2항에 명시된 '원칙'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는 청원 글이 지지를 받았다. 지난 8월 26일 청원한 글은 지난 2일까지 3만4318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료됐다. 글쓴이는 유아교육법 조항들을 열거하며 일선 사립유치원의 과중한 업무에 대한 개선 등을 호소했다.
다섯 번째도 2위 청원 글과 비슷한 맥락이다. ⑤ 현재 진행중인 1인가구 여성 임대주택 70%지원 정책 폐지를 요청한다는 청원 글이 지난 8월 31일 올라왔고, 오는 11월 29일까지 진행 중이다. 1만6946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국가가 나서서 남녀 편가르기를 하는것 같다"며 "현 한국남성전용정책이 군복무 밖에 더 있습니까? 페미니즘이 아닌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일정 이상 추천을 받으면 장관이나 수석 등의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청와대 제공 |
국민들의 청원을 국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개시하며 '일정 이상'을 조건으로 답변을 내놓기로 했던 만큼, 해당 청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스트 청원 1위'를 기록 중인 '소년법 폐지'인 경우 청와대도 청원 종료 시점인 '11월 2일' 전후를 기해 '공식 답변'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일정수준 이상 추천을 받고 그게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현안에 대해서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몇 명 이상 추천하면 답변한다는 것인지 그에 대해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물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운영을 한 달정도 해보고 기준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고, 9월 15일 정도에 답변 기준을 마련해 보려고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에 소년법 폐지 같은 경우는 입법사항인데, 그런 경우에는 입법을 주관하는 부처로 하여금 검토하게 하고, 국방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며 내부 기준 마련과 검토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