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비공개 일정'으로 본 김정숙 여사 '내조 스타일'
입력: 2017.09.11 04:00 / 수정: 2017.09.11 04:00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최근 비공개 일정을 별도로 소화하며 자신만의 역할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하회탈 만들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최근 비공개 일정을 별도로 소화하며 자신만의 역할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하회탈 만들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조용히' 움직인다. 공식 석상에서 문 대통령의 곁을 보좌하는 동시에 따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다. 그 면면을 보면 김 여사의 '내조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다. 역대 영부인들은 '그림자 내조'로 물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펼치며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정립했다.

우선 김 여사는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과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에 이어 활발한 '내조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부부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치바이스(齊白石)의 특별전을 관람했다. 비공개 일정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직된 가운데 김 여사의 방문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추 대사에게 "문화의 영역이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고 말했고, 추 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김 여사는 추 대사 부부에게 한국문학작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문구의 <관촌수필>,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세 권으로, 중국어로 번역된 책들이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22일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치바이스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22일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치바이스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 4일, 김 여사는 청와대 본관에서 미국 메릴랜드주 경제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유미 호건(Yumi Hogan)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을 접견하기도 했다. 호건 여사와 만남은 지난 7월 미국 방문 때 가졌던 동포간담회 이후 재회였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김 여사는 메릴랜드주가 미국 주정부 중 최초로 '미주 한인의 날(2016.01)'을 선포하고 '한국의 길(Korean Way, 2016.12)'을 지정하는 등 주 차원에서 양국 국민간 교류와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호건 여사는 한-메릴랜드 협력이 한-미 관계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여사 행보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전통', '여성', '아이'다. 김 여사는 전통 '패션과 음식, 문화' 등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 7월 25일 봉은사 전통문화체험관 준공식에 참석했고, 이날 김 여사는 대웅전을 참배하며 국민화합과 남북평화를 기원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동행한 외교 일정에선 '전통, 패션을 만나다(tradition meets fashion)'를 콘셉트로, 의상과 소품 등에 전통미와 세련된 현대미를 녹여냈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후 뒤풀이 자리에 손수 만든 양갱을 접대했다./청와대 인스타그램
김정숙 여사는 지난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후 뒤풀이 자리에 손수 만든 양갱을 접대했다./청와대 인스타그램

또 청와대 손님들을 위해 손수 전통 음식을 만들어 접대했다. 지난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후 뒤풀이 자리엔 양갱을, 지난 5월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의 오찬 회동에 후식으로 인삼 정과(正果)를 내왔다.

'여성 리더'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영빈관에서 제17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Korea Women's International Network) 대회에 참가한 해외 한인여성리더 20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2001년 시작한 코윈은 재외 한인 여성지도자들의 교류와 연대를 강화하는 네트워크 장이다.

김 여사는 "반갑다. 진취적이며 이타적인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이 자랑스럽다. 한인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늘 기대하겠다"며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품격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과 나의 의무다. 문 대통령과 저는 재외 한인여성들의 안전과 활동에 지원할 것이며 이를 여러분이 체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월 13일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월 13일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 여사는 평소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아이들과 관련된 일정들이 눈에 띈다. 지난 7월 13일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의 꿈과 고민을 듣고, '푸른소리 합창단'과 공연을 함께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 5월 군산부설초 전교생 457명이 문 대통령 및 김 여사에게 보낸 응원 손 편지에 화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김 여사는 어린이들이 행복한 나라 그리고 여러분의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도록 대통령 할아버지와 제가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순방길에 오른 김 여사는 러시아 순방 첫날, 고려인 문화센터를 방문해 현지 아이들과 하회탈을 만들고 아리랑 역사 전시실을 둘러보는 일정을 가졌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김 여사는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 남자 어린이에게 "나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은 거 있음 물어봐요"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대화를 시도했다. 이 어린이는 잠시 생각하다 서툰 한국말로 "이름이 뭐야?"라는 반말에도 김 여사는 "나는 김정숙이야"라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

영부인은 대통령 못지않게 국정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역대 영부인들은 성격에 따라 내조 스타일과 역할도 달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현모양처 스타일로,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상도동에 몰린 100명에게 된장국을 준비한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2002년 유엔 아동특별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 사업에 앞장섰다.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위해 서울 공항에서 손을 흔드는 문 대통령과 김 여사./청와대 제공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위해 서울 공항에서 손을 흔드는 문 대통령과 김 여사./청와대 제공

김 여사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기존 '영부인 상(像)'의 통념을 깼다. 대통령 곁을 가만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만의 '내조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4년 동안 공석이던 청와대 안주인 자리에 앉은 김 여사는 권위적인 느낌의 '영부인'이라는 호칭보다 이전과 다름없이 '여사'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의 부인이라기보다는 독립적인 인격으로 인정해달라'는 의미에서다. 김 여사가 '영부인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주목된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