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한국당 장외투쟁, 눈살 찌푸려진 장면들
입력: 2017.09.09 19:28 / 수정: 2017.09.09 20:19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9일 삼성동 코엑스몰 앞에서 열린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9일 삼성동 코엑스몰 앞에서 열린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더팩트ㅣ강남대로=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9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문재인 정권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라는 이름으로 장외투쟁에 나섰다.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 영장 청구를 이유로 정기국회 보이콧을 강행하고 있는 한국당이 국회가 아닌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날 집회에서 몇 가지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들이 포착됐다. 인도 위에서 진행된 행사는 일반 시민, 행인 등이 불편을 겪게 했고 당원 및 지지자들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분열된 집회 참여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한국당이 직접 장외 집회를 여는 것은 지난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 지도부는 당원 총동원령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며칠 전부터 이번 집회를 적극 예고하며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한국당은 참석인원을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80% 이상은 50대 이상으로 보였다.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도 여럿 참석했다.

한국당이 주최한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가 9일 삼성동 코엑스몰 앞에서 열리고 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한국당이 주최한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가 9일 삼성동 코엑스몰 앞에서 열리고 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삼성동 코엑스몰 앞 인도 위를 가득 메운 이들은 재차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공영방송 장악을 멈추고 구걸안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 혹은 연설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말을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이 재배치가 되지 않을 경우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플루토늄이 북한과 비교도 안 되게 많이 있다. 재처리만 하면 된다”며 “(전술핵 재배치가) 정 안 되면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파키스탄식의 핵 개발 정책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로 인해 행인들이 일반 차도 위를 걷고 있다. /강남대로= 이원석기자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로 인해 행인들이 일반 차도 위를 걷고 있다. /강남대로= 이원석기자

◆일반 시민 안전-불편 무시한 행사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우선 한국당이 무대를 설치한 곳은 봉은사역 7번 출구 근처의 인도였다. 폭이 넓은 인도였지만 몇만 명의 인원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가득 찼고 무질서까지 겹쳐 인원들은 계속 도로로 밀려났다. 이날 경찰들이 대거 투입됐는데 주로 행사 참여 인원, 통행 인원들이 도로 나가지 않도록 막거나 길을 막는 역할을 했다. 처음 인원이 한산할 때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 인파가 몰리니 어느새 인도를 걸어야 할 행인들은 도로 밖을 걷고 있었다. 경찰도 계속해서 한계선을 뒤로 미뤄야 했다. 결국 도로 3차선이 이번 행사로 인해 통제됐다. 행인들도 원래 지나가던 길을 가지 못하고 크게 돌아가야 했다.

또 횡단보도 중간에는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장이 설치돼 있었는데 횡단보도 이용자와 구경하는 이들이 뒤섞여 위험천만해 보이는 장면도 있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 가끔은 도로 밑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아울러 이날 집회장 주변이 온통 빌딩들이어서 소음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직접 집회장 주변에 위치한 건물에 들어가 봤는데, 건물 내에서도 소리가 크게 들렸다.

화단도 망가졌다. 홍준표 대표는 행사 후 무대 옆 화단을 밟고 집회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여러 의원들과 사람들이 뒤따랐는데 무리가 지나가자 화단 위에 풀들은 모두 밟힌 채 납작 누워 있었다.

홍준표 대표 및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밟고 지나간 무대 옆 화단. 풀들이 바짝 눌렸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홍준표 대표 및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밟고 지나간 무대 옆 화단. 풀들이 바짝 눌렸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야 인마’ 고성, 욕설 오가… 분열된 모습의 지지자들

집회장 곳곳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주로 자리다툼 때문이었다. 나중에 도착해 앞자리로 가려고 시도하는 지지자들에게는 미리 와 자리를 잡고 있던 지지자들로부터 욕설이 쏟아졌다. 이러한 장면들은 집회장 이곳저곳에서 다수 포착됐다.

한국당 측 스태프와 지지자들의 충돌도 잦았다. 길과 입구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고 몇몇 지지자들은 통제선을 넘어 무대로 더 가까이 가려고 계속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스태프와 지지자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왜 안 보내주냐”며 막무가내로 따졌고 스태프도 언성을 높이며 돌아가라고 했다. 한 안내 요원은 억지로 통제선을 지나려는 지지자의 손톱에 긁혀 목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격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자꾸 이러시면 안 된다”고 화를 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큰 목소리로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나가던 또 다른 이들은 “석방은 무슨 석방”이라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꼬집었다. 출당 문제에 대해 따지는 지지자들도 많았다. 지지자들은 “절대로 출당해선 안 된다”고 소리쳤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로 인한 한국당 내 분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이 재배치가 되지 않을 경우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홍준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이 재배치가 되지 않을 경우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남대로=이원석 기자

◆여야 “국회로 복귀하라” 한목소리

이날 한국당의 장외 투쟁에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구두논평을 통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김장겸 MBC 사장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대정부질의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예정돼 있는데 한국당은 국회로 돌아와 국가 안보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민생을 살리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한국당이 그토록 국회 밖에 나가 길바닥 정치를 하는 게 소원이라면 차라리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당이 진정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과 방송개혁 후퇴를 비판하려면 즉각 국회에 복귀해 의회 안에서 싸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은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정치적 책무를 방기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더구나 그 어느 때 보다도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안보를 우선시해 온 책임 정당이라면 명분 없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장외투쟁은 국민에게 맡기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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