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미성년자도 사형 가능?" 국회, 소년법 개정 갑론을박
입력: 2017.09.09 04:00 / 수정: 2017.09.09 04:00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또래 집단폭행사건 등 청소년 강력범죄가 잇달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에 대한 공방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또래 집단폭행사건 등 청소년 강력범죄가 잇달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에 대한 공방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정치권에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공방이 불붙고 있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또래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부산 여중생 사건, 강릉 폭행 사건 등 청소년의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제기된 '소년법 폐지 청원'에 8일 오전까지 약 35만여 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국회에서도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법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년법 59조(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4조 1항은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소년법 59조에 불구하고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범죄의 경우 미성년자의 형량을 없애는 법안이 통과되면 미성년자도 사형선고가 가능하게 되면서 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는 논쟁만 벌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때를 놓칠 수 있다면서 소년범을 관리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등 '사회적 해결책'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소년범죄 근절 법률 개정안 3종 세트를 발의했다. /문병희 기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소년범죄 근절 법률 개정안 3종 세트'를 발의했다. /문병희 기자

◆ "현실과 동떨어진 소년법 개정해야"…법안 발의 '봇물'

각 당 지도부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소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대의 잔인한 범죄에 대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은 청소년 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SNS에 "청소년은 보호돼야 하지만 관련법이 악용돼서도 안 된다"면서 "극악무도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예외적으로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7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소년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관대한 것이 문제"라면서 "(처벌 기준 연령을) 14세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고 상습범은 가중 처벌 하는 등 소년법을 현실에 맞게 정기국회 때 개정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개정안 발의에 발 벗고 나서는 의원들도 늘어났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소년법 적용 대상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사형 또는 무기형의 죄를 저지른 경우 그 형을 완화해 적용하는 최대 유기징역형을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소년범죄 근절 법률 개정안 3종 세트'를 발의했다. 형법 제9조의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만14세에서 12세로 하향하고 이에 맞춰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개정을 통해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일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보호 대상자에 대한 연령 조정, 사형 및 무기형 범죄를 저지를 경우 전과를 남기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소년법' 개정안,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경찰학자이자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특정강력범죄에까지 미성년자 형량 완화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표 의원은 지난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상 보호는 필요하다. 소년법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소년법이 강력범죄자들까지도 미온적 처벌, 실제로는 청소년 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은데, 재범을 막는 효과도 전혀 없다. 피해자들은 방치되고 보복 범죄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사형 등 형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소년법 개정안 논의에 반대하며 정말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사형 등 형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소년법 개정안 논의에 반대하며 "정말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형량 올리는게 능사 아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촉구

그러나 소년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는 목소리를 만만찮다. 대표적으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형 등 형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소년법 개정안 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지금 나오고 있는 개정안들은 이 조항을 폐지하고 18세 미만 소년의 경우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다 떠나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소년법 개정에 대한 실행 가능성이 없는 이유에 대해 "우선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비준한 각종 인권 관련 국제조약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약 만들어진다면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량을 올리는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형량을 대폭 올리는 법안을 내는 일은 돈이나 인력의 투입이 전혀 필요 없으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전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워 진짜 논의가 묻혀버리게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해결책과 관련해선,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현장에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을 다뤄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자원(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효과를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의원도 소년법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류 의원은 "분하고 화가 난다고 소년법 폐지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문제도 가볍게 고민할 것이 아니다"면서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 요구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도 "가해 청소년에 대한 형량 강화 등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해자-피해자 의무 격리 조치를 도입하고 의무상담제 도입도 필요하다"면서 추가적인 재발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국가가 그동안 방치했던 피해자 보호 및 치유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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