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이혜훈 사퇴에 친박 '안절부절'…왜?
입력: 2017.09.08 05:41 / 수정: 2017.09.08 10:19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사퇴로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청산’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모여 있는 친박계 의원들 / 강남= 배정한 기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사퇴로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청산’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모여 있는 친박계 의원들 / 강남=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원석 기자]'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인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전격 사퇴했다. 취임한 지 겨우 74일 만이다. "지방선거 전까지 보수의 본진이 돼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이 전 대표가 직을 내려놓자 당사자인 바른정당 자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강론'의 마지막 보루 격이던 이 전 대표의 추락이 '통합론'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당 내 친박계(親 박근혜) 의원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로부터 이어지는 '통합'이 친박 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이혜훈 전 대표 /국회= 배정한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이혜훈 전 대표 /국회= 배정한 기자

지난달 말 여성사업가 옥모 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의 금품 수수 의혹을 밝혀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이 대표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옥 씨는 이 대표가 명품 가방과 시계, 현금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크게 반발하며 옥 씨가 한 정치원로를 통해 "언론계·정치권 인맥이 두터운 동향인인데 자원해 돕고 싶다"고 접근했고 돈을 빌린 것은 사실이나 전액을 다 갚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은 지난 5일 이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 또한 별개로 이 대표에 대한 정치자금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며 내사에 착수했다.

사건이 커지자 곧 바른정당 안팎에선 이 대표 사퇴론이 확산됐다. 결국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거짓 주장이 바른정당 가치를 훼손하고 방해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바른정당 통합론 ‘수면 위로’

자강론을 강하게 고수하던 이 대표가 사퇴하자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당내에 자강론자들보다 통합론자들이 우세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당선되며 힘이 실렸던 자강론이 이 대표의 '불명예 사퇴'로 주도권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내 자강론의 입지는 당연히 줄어들었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미 지난달 30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열린토론 미래'라는 이름의 보수당 중심 초당적 스터디 모임을 공식 출범했다. 김 의원은 '이 모임이 결국 양당 통합의 기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고민도 하고 있다. (통합) 논의 가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이 대표 이후 바른정당을 이끌어갈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통합 주장으로 힘을 얻게 될 친박 청산은 두 당 모두에게 win-win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5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악수를 나누는 홍준표 대표(당시 경남지사)와 김무성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 / 사진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통합 주장으로 힘을 얻게 될 친박 청산은 두 당 모두에게 'win-win'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5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악수를 나누는 홍준표 대표(당시 경남지사)와 김무성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 / 사진공동취재단

◆친박 청산, 한국당-바른정당 ‘win-win’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 내 친박계가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친박계 청산이 제시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먼저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여러 바른정당 의원들은 통합을 위해선 친박 청산이 우선이라고 거듭 외쳐왔다. 친박 청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바로 지난달 29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YTN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소위 친박 8적이라 불리는 분들의 책임 있는 모습 등이 자유한국당 혁신 과정에서 진행되면 통합논의는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그런 조건들이 얼마나 빨리 성숙하느냐에 따라 통합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이 이뤄져야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재결합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수 통합을 원하는 목소리도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크기에 친박들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입장정리를 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친박 청산은 홍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에게도 숙원 과제다. 이미 최근 홍 대표와 한국당 혁신위는 추석 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다는 데까지 뜻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도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고 당을 완전한 자신의 친정체제로 만들기 위해선 친박 청산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곧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홍 대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 역시 <더팩트>에 "다는 아니더라도 진짜 문제가 되거나 지탄 받은 사람의 일부는 청산을 해야 되지 않겠나. 많은 의원들도 그렇게 동의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한국당 내에선 바른정당과의 합당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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