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회 보이콧' 한국당, MBC 김장겸 사장 때문?…내막은 이랬다
입력: 2017.09.05 04:00 / 수정: 2017.09.06 09:5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 중인 자유한국당석은 텅 비어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 중인 자유한국당석은 텅 비어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4일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며 정기국회가 개회 3일 만에 파행을 맞고 있다.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언론장악"이라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침체된 당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안을 정부여당에 쏠린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활용하고, 보수 결집을 통한 지지율 회복도 노린다는 게 한국당의 복안이라는 것이다. 외교통일·국방·정보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만 한시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도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장악'으로 규정,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다만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안보 관련 상임위만 한시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안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임하는 것이 그동안의 노선이었기 때문에 국방위와 정보위는 참석해 정부의 안보무능을 지적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며 "이번 주내 안보무능과 방송장악 등을 규탄하는 대규모 국민보고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 국회=이새롬 기자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가 방송 장악은 물론 좌파 코드로 사법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적폐 청산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정치 보복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이 끝난 뒤 대검찰청·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강력하게 항의하며 장외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 복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정기국회 일정 전면거부는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 때문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단 분명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국당이 계속해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핵심지지층도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한국당은 일단 핵심지지층이라도 모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보수 정부에서 임명했고 정권 초기에 언론 노동자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현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잃어버린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지지율이 반등하면 자연스레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실제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러한 속내를 직접 드러냈다. 홍 대표는 지난 2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런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정기국회 내내 문화대혁명하는 홍위병들에 끌려다니는 국회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여당에 주도권을 빼앗겨 '끌려 다니는' 국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피켓 시위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촬영하자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제지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피켓 시위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촬영하자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제지하고 있다. / 국회= 이새롬 기자

또 다른 평론가들 역시 한목소리로 한국당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이날 <더팩트>에 "한국당이 무기력한 상태에 있으니 힘을 써보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고,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150% 정치적 의도다. 더 이상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내렸다. 김 원장은 "두고 봐야겠지만 그 자체에 대해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정기국회 보이콧을 할 정도냐는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정기국회를 거부할 정도의 건으로는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안보 관련 상임위 보이콧을 일부 해제키로 한 것에 대해 신율 교수는 '딜레마'라고 규정하면서 "핵심지지층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안보문제라 한국당이 모른척 할 수가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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