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정기국회 3일 만에 '막장' 연출…결정적 장면 3가지는?
입력: 2017.09.04 15:00 / 수정: 2017.09.04 15:16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 4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서 온갖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심재철(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의 피켓 시위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내는 손혜원 민주당 의원. /국회=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 4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서 온갖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심재철(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의 피켓 시위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내는 손혜원 민주당 의원.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정기국회 사흘째인 4일 국회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됐지만, 본회의장 주변은 온갖 막말·고성으로 얼룩졌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여야 대치 상황은 극심했고, 여야는 입에 담기 힘든 말을 주고받았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안보관련 상임위를 제외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며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당초 예정된 김이수 헌법재판관 소장의 표결이 불발됐다. 일각에선 장기 파행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장면 #1. "지랄이야" "나쁜 자식" 로텐더홀 가득 채운 막말

이날 국회 로텐더홀은 추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전부터 각종 욕설이 오갔고, 웃지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장악'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의 시위로 각 당이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했다./국회=이새롬 기자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했다./국회=이새롬 기자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 입구에 두 줄로 서 'MBC 장악시도 강력히 규탄한다' '정권의 언론탄압 국민과 함께 규탄한다' '국민 지킬 북핵 대책 즉각 강구하라' 등 피켓을 들고 입장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항의했다.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러나라"는 한국당의 규탄 구호를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특히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휴대전화를 꺼내 한국당의 시위 현장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뭐 하는 거냐" "아 이 쓰레기" "저리 꺼져" "미친X" "표창원이랑 사드 댄스나 춰라" 등 거친 막말을 쏟아냈다. 손 의원이 개의치 않고 라이브 중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자, 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 부의장과 이채익 의원이 손 의원 휴대전화를 피켓으로 막아서면서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 의원과도 마찰을 빚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한국당 시위를 비판하는 데 가세했고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하 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며 "보수정당이 안보위기에 뭐 하는 짓이냐. 이렇게 하면 북한이 좋아할 것"이라고 비웃었다.

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펼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회=이새롬 기자
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공영방송 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펼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회=이새롬 기자

한국당 측이 "야 이 XX야" "쓰레기야" "배신자" "너 안 받아준다. XX야"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자, 하 의원은 웃음기를 싹 거둔 채 "이러면 보수정당을 두 번 죽이는 거야"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어디에다 대고 보수를 입에 올리고 지랄이야. 야 하태경 이리 와봐!"라고 맞받아쳤다. 물리적인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정 의원은 돌아서면서 "하태경 정말 때릴 뻔했다. 나쁜 자식"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이 끝나자 로텐더홀 계단에 서서 구호를 외친 뒤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추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과 국회 차원의 북한 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 채택은 한국당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한국당은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안보 관련 상임위만 한시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고 했다.

◆ 장면 #2. 秋 "北과 대화 노력해야" vs 바른정당 "말도 안 돼" 퇴장

추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도 '막말 고성'이 오갔다. 추 대표가 연설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고조된 안보 상황에 대해 '평화와 대화'를 강조하자, 바른정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추 대표는 이날 "공존의 균형으로 공포의 균형을 깨야 한다"면서 "우리의 미래 세대와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중심이 될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은 일어서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어디 뚱땡이(김정은)이 장마당 세대냐. 북한이 바로 어제 핵실험을 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고 항의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로 해결하자는 내용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로 해결하자는 내용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추 대표가 "대화의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계속해서 '평화 원칙'을 고수하자, 김무성 의원은 "지금 대화할 때가 아닙니다"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 의원은 "대통령이 응징하자는데 여당 대표가 뭐 하는 짓이냐. 여당도 말 좀 해보라"고 소리쳤다.

추 대표가 "평화 이외에는 선택할 방법이 없다"며 한층 목소리를 높여 맞서자, 바른정당 의원들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 면전에서 저런 얘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항의가 격해지자 민주당에서도 "예의를 갖추라"고 맞받아쳤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어디 삿대질이냐. 퇴장시켜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김현권 의원도 "좀 조용히 하라"며 바른정당 의원들을 제지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역시 "그만 좀 합시다. 좀 들어봅시다"라고 중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바른정당 의원은 연설 도중 단체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추 대표는 멈추지 않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한반도 문제는 대화와 평화 이외에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면서 연설을 마쳤고 민주당은 "잘 하셨습니다!"라며 손뼉 쳤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의당 의원들은 각자 휴대전화를 켜 SNS에 중계를 시작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은 퇴장했지만, 저는 추 대표에게 '잘한다'라고 호응했다. 주위에서 '박 전 대표가 추 대표를 칭찬하다니'라고 말도 하지만,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의원들은)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냐. 정체성이 중요하다"라며 "강력한 제재도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추 대표를 치켜세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핵 해법으로 대화를 강조하자, 하태경 의원 (왼쪽)등 바른정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핵 해법으로 대화를 강조하자, 하태경 의원 (왼쪽)등 바른정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장면 #3. '우왕좌왕' 대북규탄결의안 발표…7명 기권

대북규탄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도 국회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여당 측과 의장실이 대북규탄결의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각 당과 국방위원장이 회람 및 수정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가 이에 반발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각 당 원내대표와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바른정당)은 추 대표 연설 직후 본회의장 뒤편에서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고 유엔과 긴밀히 공조한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 '근본적 도발 의지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 방안을 촉구한다' 등 결의안 문구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을 벌인 것이다.

때문에 제안설명에 나선 김 위원장은 발언 도중 당 지도부의 제지를 받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사태도 빚어졌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의원들에게 전달된 내용과 김 위원장이 발표하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 내용이 여기(의원들이 보는 단말기) 올라온 것과 지금 많이 다르니까 일단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뭐냐" "아휴" 등 한숨을 내쉬며 술렁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3일) 휴일이라 (여야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준비하는 과정에 교섭단체 간에 혼선이 있었다"고 설명했으며, 정 의장 중재 아래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다. 다시 단상에 오른 김 위원장은 "의결에 앞서 '북한 체제의 안정' 등을 놓고 바른정당은 문구의 내용이 다소 약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더 강력한 내용이 들어가야 했다"고 사전 설명을 하며 제안설명에 들어갔다.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전체회의에서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북한의 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 채택의 건이 통과됐다. /국회=이새롬 기자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전체회의에서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북한의 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 채택의 건이 통과됐다. /국회=이새롬 기자

갑자기 변경된 결의안이 단말기에 바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전문을 단상 위에서 모두 읽고 참석한 의원들이 판단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초안과 달리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완전히 저버린 점'과 '이후 사태의 책임은 모두 북한 정권에 있다'는 대목이 강조됐다.

그런데도 기권하는 의원이 나오면서 합의 과정에서 빚어진 이견을 방증했다. 재적의원 170명 중 163명이 찬성했으며, 송영길(더불어민주당)·유승민·주호영·지상욱(이상 바른정당)·윤손하(정의당) 등 여야 주요 의원 7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반대는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 반대 이유에 대해 "국회가 결의안만 채택하면 뭐하나. 내용도 없고, 정부에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을 촉구해야 하는데 그걸 우리(바른정당)가 넣자고 하니까 못 받겠다는 것"이라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안보 대실패가 기인했는데 오히려 우리(보수 정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상을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다. 대화를 누가 안 원하냐. 방어할 건 하고 압박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초안에 보면 북한 체제의 안전과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안전과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안전과 발전을 용인하고 도와주는 표현밖에 더 되냐"면서 "우리는 여당의 대북 정책에 엄청난 불만이 있고, 이번 결의안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한 안보 시국을 맞아서 그나마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양보한 게 저 정도"라고 덧붙였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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