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반대 격인 보수단체 활동 자금 지원인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인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정부가 법과 규정을 위반해 특정 단체를 지원했다면 이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구조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에게 보수단체들의 활동 자금을 지원하게 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법조계 관계자는 이같이 전망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으로부터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 정부 문건' 일체를 인계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어버이연합을 중심으로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서다.
특히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와 보수 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신생 보수 단체 기금 지원 검토 등의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주도로 2014년~2016년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68억 원을 대기업으로부터 받아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검찰은 박영수 특검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양석조 검사가 특수3부장으로 보임됨에 따라 그동안 형사1부에서 수사해왔던 화이트리스트 사건 일체를 지난 18일 특수3부로 재배당했다.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는 본류가 같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이다.
전경련은 2014년 회원사인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과 자체 자금을 합한 24억 원을 22개 단체에 지원한 것을 시작해 2015년 31개 단체에 약 35억 원, 지난해 22개 단체에 약 9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혜 대상이 된 단체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박근혜 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화이트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사건 기록과 증거를 검찰로 인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전경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은 특수3부에 재배당했다. 사진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문병희 기자 |
특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지난달 27일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정치권력이 기호에 따라 지원을 배제한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방식도 은밀하고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배제 잣대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조계에선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적용했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법과 규정을 위반해 특정 단체를 지원했다면 이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할 곳을 정책적으로 정했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법과 규정을 위반해 특정 단체를 지원했다면 이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구조이기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덕인 기자 |
박종흔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는 <더팩트> 취재진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할 곳을 정책적으로 정했다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과 규정을 위반해 특정 단체를 지원했다면 이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구조로 처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그 일(특정 단체 지원)에 관여한 사실이 입증되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정부가 특정 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방적인 지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지원 방식과 사업의 타당성, 입찰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실제로는 어떠한 사업을 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특정 단체를 도와주기 위해 보조금이 지급됐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7월 27일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유죄(징역 3년)를 선고하면서 "정치권력이 기호에 따라 지원을 배제한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방식도 은밀하고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배제 잣대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