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국회 위증' 이임순, 공소기각…우병우 면죄부될까?
입력: 2017.09.02 05:00 / 수정: 2017.09.02 05:00

법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사진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판을 위해 법원에 들어오는 모습. /임세준 기자
법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사진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판을 위해 법원에 들어오는 모습. /임세준 기자

[더팩트 | 김소희 기자]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64·여)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항소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으면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이 교수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공소 기각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우 전 수석은 위증 혐의를 제외한 직무유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어려워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가능성도 높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했다. 공소 기각은 형사재판에서 형식적 소송 조건에 흠결이 있을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특위활동이 종료된 뒤 이 교수가 고발된 점을 '절차적 위법'으로 봤다. 재판부는 국회법 44조 3항을 근거로 "특위의 존속 기간은 활동 기간 종료까지이며, 보고서가 제출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때까지 지속된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고발로서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지난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60일간 활동했다. 국조특위는 국정결과보고서를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고, 해당 보고서는 2017년 1월 20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즉 국회 본회의에서 결과보고서가 의결된 1월20일이 고발의 마감시한이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국조특위가 이 교수를 고발한 시점은 2017년 2월 28일로, 국조특위가 종전된 이후다. 따라서 국조특위의 활동 기간이 끝나 국회는 고발 주체가 되지 못함에도 고발이 이뤄져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이 자체가 위법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교수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 이 교수가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배정한 기자
서울고법 형사3부는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순 교수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 이 교수가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배정한 기자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와 같은 혐의(위증)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핵심 인물은 우 전 수석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우선 김 전 실장의 고발은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실장의 고발시점은 1월17일로, 재판부가 특위 종료 시점으로 제시한 1월 20일 이전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우 전 수석의 재판이다. 우 전 수석은 국회 위증 혐의를 포함한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는 입증이 쉽지 않고, 그나마 유죄 가능성이 있는 게 국회 위증 혐의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이마저도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졌다. 우 전 수석의 고발 시점은 4월 11일로, 재판부가 "절차상 위법"이라고 본 기간에 해당한다. 이는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재판 시작 단계부터 주장했던 "요건 불충족"에도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특검은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특검은 판결이 나온 직후 "국정농단 관련 국회 위증죄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사건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예가 없다"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러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건 재판부는 '고발이 위원회 활동기간 종료 전에만 가능하다고 할 경우 혐의 유무 판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위증 혐의에 관한 조사 자체가 제한돼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취지에 반하고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설위원회에서의 위증과 비교해도 형평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임순 공소기각 판결에 반발, 즉각 상고 의사를 내비쳤다. 윤석열(왼쪽)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영수 특검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임세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임순 공소기각 판결에 반발, 즉각 상고 의사를 내비쳤다. 윤석열(왼쪽)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영수 특검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임세준 기자

특검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재판부의 공소 기각 판결이 인정될 경우 우 전 수석의 처벌 가능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특검은 우 전 수석의 ▲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관련 진상 은폐 ▲이석수 특별감찰관 직무수행 방해 등 8가지 혐의를 입증하는 데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검이 우 전 수석 혐의 가운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 범위가 법규상 불명확하다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관을 겪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그래서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우 전 수석의 위증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것은 청문회 발언과 전화 통화라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특검의 우 전 수석 처벌을 위한 '강력한 카드'였던 위증 혐의가 없어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김철 법무법인 '이강' 변호사는 <더팩트>에 "사건 특성상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데, 위증죄가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가 아닌 공소 제기의 요건에 대한 판결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마다 다른 법리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나 우병우 전 수석 재판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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