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또 발사' 北 미사일 도발 일지로 본 '대북 방어력'
입력: 2017.08.30 04:00 / 수정: 2017.08.30 10:22

북한은 29일 오전 평양에서 북태평양 해상으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 발표를 하는 장면./이새롬 기자
북한은 29일 오전 평양에서 북태평양 해상으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 발표를 하는 장면./이새롬 기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했다. 29일 오전 평양에서 북태평양 해상(일본 상공을 넘어가는)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화성-12형, IRBM 계열)을 발사했다. 지난 26일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즉각 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은 F15K 전투기 폭탄 투하 훈련을 했고, 미국 전략자산 전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와 대화' 투트랙 기조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북한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란 판단 아래 전술적 맞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그간 한·미 양국은 북한이 지난 5일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추가도발을 자제하는 등 '대화 국면 전환'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미 을지프리미엄가디언(UFG) 훈련 기간에 도발을 감행하자,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을 '엄중하다'고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29일) 기자들과 만나 "대화 국면으로 가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을 저쪽(북한)에서 만들지 않는다면 여기도 대응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한국군의 자체 방어능력 증강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고도화 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나 그 많은 돈(국방비)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형 3축 체계' 구축과 조기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강조했다.

◆ 北 미사일 기술 고도화…하와이 미사령부까지 사정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올해 들어 13번째, 문재인 정부 들어 9번째다./YTN 방송화면 캡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올해 들어 13번째, 문재인 정부 들어 9번째다./YTN 방송화면 캡처

북한은 최근 핵무기 개발 등 '비대칭 전력'을 구사하고 있다. '적은 가질 수 있으나 우리는 가질 수 없는 전력이나, 적이 낮은 비용으로 투자한 전력이지만 방어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력'을 말한다.

특히 탄도 미사일 기술의 다종화와 고도화로 급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올해 들어 13번째, 문재인 정부 들어 9번째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 1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IRBM)' ▲5월 21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MRBM)' ▲5월 27일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KN-06) ▲5월 29일 스커드 계열 추정 탄도미사일 ▲6월 8일 지대함 순항미사일 ▲7월 24일·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ICBM급) ▲8월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월 29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등을 잇따라 발사했다.

석 달 여동안 총 6종의 신형 미사일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화성-12'는 2110여㎞로 780여㎞를 비행했으나, 정상발사 각도(30∼45도)로 쏠 경우 4500∼5000㎞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태평양 괌기지 뿐 아니라 하와이 미군 태평양사령부까지' 사정권에 뒀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 7월 24일과 28일 연속 발사한 ICBM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5500km 이상이며,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핵무기로 다른 대륙에 있는 적의 기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지난 8일 미 언론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10일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 전략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AD) 무력화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6 세계 군비 지출 및 무기 이전 보고서(World Military Expenditures and Arms Transfers 2016)'에 따르면, GDP 대비 군비지출에 있어 북한은 23.3%를 기록해 경제수준 기준으로 세계에서 군비 부담이 가장 큰 국가로 나타났다.

◆ 軍, 2020년 초반까지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청와대 제공

우리 군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맞선 독자 대응체계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북핵과 탄도미사일 대비 한국형 3축 체계 전력, 국지도발 위협대비 전력, 국방 연구개발 분야에 중점 투자한다. 국방부는 지난 4월 발표한 '2018~2022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5년간 방위력 개선에 78조2000억원을 투입 목표로 세웠다. 한국형 3축 체계인 ▲선제타격체계(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조기 구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위한 핵심군사능력 확보, 첨단무기 국내 개발 및 방산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일 예정이다.

현재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는 '패트리엇' 정도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두는 중량 70~80kg, 장약이 32kg인 근접신관을 가진 파편형으로, 60m 저고도에서 1만 3000m의 고고도까지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 군은 PAC-2 버전에서 2022년까지 요격 성능이 뛰어난 직격형의 PAC-3으로 성능 개량을 추진한다. 지난 2012년 3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한국은 사거리 800㎞·최대 탄두 중량 500㎏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개량형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도 개발 및 실전배치 전이다. M-SAM은 2019년 실전배치될 전망이며,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인 L-SAM 전력화 시기(2023년 예정)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패트리엇, M-SAM, L-SAM 등으로 구성되는 KAMD를 요격고도가 40∼150㎞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보완적으로 운용하면 탄도미사일 요격률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경우 한국형 순항미사일 '해성'과 '타우러스' 등 타격 체계를 갖췄으나, 핵심인 정찰위성 등 감시자산 확보는 2020년께 가능할 전망이다.

'전작권' 전환 추진도 서두른다는 구상이다. 1950년 7월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을 계기로 전작권은 국군의 손을 떠났다. 여기에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미군 주도의 한반도 연합방위 구조로 굳어졌다. 이후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 추진돼 전환 시기가 2012년으로 합의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2015년 12월로 늦춰졌고, 박근혜 정부 시절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이와 관련해 군사 전문가들은 29일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자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투입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준은 우리 군이 세워놓은 방어계획을 앞서 가는 형국이다"며 "조기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