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문재인 정부 업무보고엔 '3무3유(三無三有)'가 있다
입력: 2017.08.29 04:52 / 수정: 2017.08.29 04:52

지난 22일 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토론형 업무보고를 도입한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하는 등 실무형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청와대 제공
지난 22일 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토론형 업무보고'를 도입한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하는 등 '실무형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오늘도 토론 예정시간을 넘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업무보고 첫날인 지난 22일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두 번째도, 그 다음 번도 마찬가지였다. 부처별 '보고'를 받는 것보다 '토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흡사 '원탁 토론' 성격의 방식을 도입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상하구분 없이,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전원이 자유롭게 부처별 핵심 정책에 대해 토의한다.

토론의 주도권과 정책 집행의 주체 역시 각 실무부처란 점을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공직자 스스로 '개혁의 주체'로서 움직여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했다. 또 '토론자'로서 때로 강하게 공과를 따져묻기도 했다. '채찍' 이전엔 '당근'도 함께였다. 보고에 앞서 관계 부처 직원들과 편안하게 차담을 나누고, '셀카'를 찍는 등 미리 토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 경직된 분위기(無)→유머(有)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역대 정부에서 대개 업무보고는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이 시정할 점을 '하달'하는 방식이었다. 상황상 경직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토론 틀'을 도입한 문 대통령은 부처에 따라 '담소'를 주고받으며 '워밍업(warming-up)'을 했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공정위‧금융위 업무보고를 시작하며 문 대통령은 "여기는 널널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빡빡하네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청와대 비서실장은 양계장 수준입니다"라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광화문(정부서울청사)도 비슷하죠? 총리실은?"이라고 되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총리실은 산란계 수준…."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고충을 겪는 데 대한 심경으로도 해석됐다.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안부‧법무부‧권익위 업무보고에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환담장으로 이동하며 "2012년 대선 때는 대변인을 해서 언론 만나면 진 의원님이 '흑기사' 해줬어요'라고 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② 계급장(無) 떼고→ '열띤 토론'(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업무보고에서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 배우고자 한다며 적극적인 토론 참여를 주문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업무보고에서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 배우고자 한다"며 적극적인 토론 참여를 주문했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서 배우고자 한다"며 "과거처럼 부처업무 나열해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고,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다른 부처 소관사항이라도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인 회의'를 중시하기로 알려져 있다. 여민관 집무실에 청와대가 10년간 쓰지 않고 보관만 하던 '원탁'을 찾아내 다시 갖다 놓았다. '적극성'을 강조한 덕분(?)에 계속된 업무보고는 예정시간을 넘겨 종료됐다. 업무보고 당일 배정된 각 부처(2~3개)별로 핵심 정책 보고를 각각 10분 씩 하고, 이어 부처당 약 26분씩 총 52분 간 토론을 하기로 계획했으나, 열띤 토론 열기로 평균 '약 40분' 가량 지연됐다.

'쓴소리' 또한 아끼지 않았다. 이날(22일)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주체적인 참여를 주문했다. 23일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선 두 부처의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당부하며, "외교관은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는 분들이 많은데 일부 불미스러운 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내부 기강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방부‧보훈처 업무보고에선 "역대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외쳐왔는데 왜 지금까지도 국방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를 반문하며 "군 스스로 오랜 군대 문화를 쇄신하고 혁파하는,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의 노력"이라며 "먼저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③ 권위(無) 대신→'셀카와 티타임(有)'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탈권위' 행보 역시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장소에 들어서기 전 청사 내 공간에서 부처 관계자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문 대통령은 카페에서 유영민 장관으로부터 <과학기술 50년사> 책을 선물받았고 "이번에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네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아이스녹차와 아이스커피를 함께 마시며 부처 이전 계획 등에 대한 현안을 주고받았다.

'깜짝 방문'도 있었다. 지난 25일 기재위 등 업무보고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도 없던 복지부 복지정책관실 기초의료보장과를 '깜짝' 방문해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이는 올해 1월 세 아이의 엄마인 '워킹맘' 고(故) 김선숙 사무관이 휴일 출근 중 청사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세종시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꼭 들러보고 싶어 왔다"며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일요일에도 또 근무하다가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닌가 한다. 밖에서 일을 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안타까워 했다.

'셀카' 요청 장면도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들른 부처별 청사마다 직원들이 '셀카' 요청을 했고, 문 대통령은 기꺼이 응했다. 28일 보훈처의 한 직원은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에 사인해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며 사인을 해줬다.

한편 29일(화)엔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를 비롯해 ▲30일(수)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식품수산부·해수부 ▲31일(목)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순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지난달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는 출범식을 겸해 다음 달 별도 추진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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