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文대통령 '5·18특별조사' 지시…처벌 가능성은?
입력: 2017.08.28 04:00 / 수정: 2017.08.28 07:45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투기 출격대기 명령 여부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했다./5·18 기념재단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투기 출격대기 명령 여부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했다./5·18 기념재단 홈페이지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투기 출격대기 명령 여부와 광주 전일빌딩 헬기 기총 소사'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난 23일 국방부에 지시했다. 국회 특별법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의지도 드러냈다.

과연 문 대통령은 37년 만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실규명은 역대 정부에서도 이미 세 차례 조사를 진행했지만, 전남도청 앞에서의 계엄군 집단발포 명령 등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실제 헬기 기총 소사(항공기에서 땅 위의 표적을 비로 쓸어 내듯이 기관총으로 쏨) 증언은 수차례 제기됐다. 검찰은 1995년 전두환 등의 내란목적살인 혐의를 수사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했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신군부가 시위대에 맞선 '자위권' 차원의 발포였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그러나 올 1월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일빌딩 10층 안팎에서 발견된 185개의 총탄 흔적에 대해 '헬기 사격이 유력시 된다'는 최종 감정보고서를 광주시에 보냈다. 사실상 5·18 당시 기총소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최근 '공군 전투기가 광주 시내를 폭격하기 위해 출격대기했다'는 증언까지 잇따랐다. 이에 <더팩트>는 37년 만의 재수사 및 처벌 가능성 등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다.

√ FACT 체크 1. 공소시효 있나, 없나

5·18 공소시효 정지와 배제를 규정한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로앤비 캡처
5·18 공소시효 정지와 배제를 규정한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로앤비 캡처

결론부터 말하면, (경우에 따라) 없다. 형법 제87조·88조에 따르면 내란의 죄와 내란 목적 살인죄 등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1995년 검찰은 5·18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이후 12·12 및 5·18사건의 공소시효 정지를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에 전두환 측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지난 2010년 시행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헌법의 존립을 해치거나 헌정질서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를 담았다. 여기서 '범죄'란 '내란의 죄', '외환의 죄', '반란의 죄', '이적의 죄', '집단살해 등에 해당된다.

√ FACT 체크 2. 재수사 가능한가?

새로운 증거 또는 증언 등의 확보에 달렸다. 원칙적으로 5·18 내란목적살인죄의 재수사는 '같은 사실, 같은 죄목이면 다시 재판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해당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 사실'이나 '추가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특별조사를 지시한 '전투기 출격 대기 명령이 있었다는 의혹이나 헬기 사격 명령'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증언과 기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국군 기무사령부 존안자료(기밀문건)를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에선 '진상조사위'를 만드는 특별법이 발의됐다.

지난 21일 1980년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에서 F-5E/F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김모 씨는 <JTBC>에 "5·18 사나흘 뒤인 5월 21일에서 22일 사이 비행단 전체에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현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고 난 후 쓴 수기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는 1997년 대법원 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증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증거 능력을 갖추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견해다. 27일 법조계 관계자는 "재수사 가능성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부분이다"고 언급했다.

FACT 체크 3. '기밀자료 10권' 잠금해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5·18 진상조사를 위해 관련 문서를 폐기하지 말라고 전군에 지시했다./더팩트DB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5·18 진상조사를 위해 관련 문서를 폐기하지 말라고 전군에 지시했다./더팩트DB

군이 의지를 피력한 만큼 가능성이 어느 떄보다 높다. 5·18 진실 규명의 '키(key)'로 국군기무사령부에 보관된 기밀 자료가 지목됐다. 50권 중 10권이 기밀로 분류돼 열람이 제한돼 왔다. 만약 이번 국방부 조사에서 기밀 자료 해제를 결정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기무사 자료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를 폐기하지 말라"고 전군에 지시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 제6조 (군사기밀의 해제)는 군사기밀을 지정한 자는 군사기밀로 지정된 사항이 군사기밀로서 계속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지정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기밀해제는 국방부 차관이 위원장인 군사기밀보호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며 각 군 참모차장, 국방부 실장, 정보본부장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일각에선 군 차원의 조사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국방부 조사 위원회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 특히 조사 대상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현재 재직하고 있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5·18관련 존안자료의 존재 여부에도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FACT 체크 4. 전두환, 끝까지 부정할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나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더팩트DB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나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더팩트DB

예단할 수 없지만,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주장은 악의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18은 '폭동'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하거나 전일빌딩 헬기 사격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헬기 사격을 목격을 주장한 미국인 아놀드 피터슨 목사를 가리켜 '목사가 아니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을 역대 정부의 진상조사에서도 굽히지 않았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한 번씩 관련 조사가 이뤄졌으나, '광주 학살'의 발포 명령자를 단정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관련해 최대 난제인 최초 발포 명령자 확인과 책임자 처벌을 밝혀내기 위해선 '5·18 진상 규명 특별법'을 제정해 '조사권·기소권' 등 법적 강제력을 가진 진상 규명 위원회를 설치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18 기념재단 측은 지난 24일 "우리 오월단체는 국회에서 5․18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해 조사권과 기소권 등 법적 강제력을 가진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공인하는 보고서가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7월 11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진상규명 범위는 △사망·상해·실종사건을 비롯한 인권침해사건 △시민들에 대한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계엄군의 헬기사격 명령자 규명 △집단학살지, 암매장지 및 유해 발굴 △행방불명자 규모 및 소재 조사 등이 포함돼 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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