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이재용 재판' 법원 1층 카페에 기자들이 모인 이유는?
입력: 2017.08.27 06:57 / 수정: 2017.08.27 10:19
세기의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을 앞둔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수백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변동진 기자
'세기의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을 앞둔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수백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변동진 기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방법원=변동진 기자] 지난 25일 전세계의 눈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때문이다.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국내외 언론사 수백여 곳이 서울지법을 찾았다. 그런데 기자들은 법정이 아닌 법원 1층 카페로 모여들었다.

왜 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1층에 위치한 카페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취재 기자들로 북적였다. 선고시간이 오후 2시 30분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웬만한 자리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이내 카페 안 자리는 '만석'이 됐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이들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이 부회장 재판 방청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22일 오전 9시 30분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209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방청권을 응모했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응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오전 6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30분 앞당겨 입장을 허용했다.

응모권을 수령하기 시작한 오전 9시 40분 응모번호는 이미 150번을 넘어섰고, 10시가 넘어서자 200번을 훌쩍 넘어섰다. 응모 마감 시간까지 총 454명이 접수했고,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법원이 일방 방청객 정원을 60명에서 30명으로 제한하면서 <더팩트> 취재진뿐만 아니라 비(非) 법조 출입 기자 대부분 삼성그룹 관계자 대부분 추첨에서 탈락했다. 심지어 삼성그룹 관계자들도 모두 떨어졌다. 다만, 40여 개 언론사로 구성된 '서울지방법원 출입기자단(일명 풀단)'에겐 언론사별 1개씩 자리가 배정됐다. '선택 받은 자'인 셈이다. 결국 '선택 받지 못한 자'들이 기사 작성 등을 위해 카페로 몰려 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카페는 오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변동진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카페는 오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변동진 기자

방청권도 확보하지 못하고, 카페 내 자리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법원 내 복도에 앉아서 TV방송 중계를 보면서 기사를 작성했다. 혐의별로 유·무죄 결과가 나올 때마다 기자들도 술렁였고, 이 부회장 5년 실형 선고가 떨어지자 일부 기자들은 속보를 작성하기도 했다.

서관 밖에서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양형 결과가 나오자 영어로 "이 재판은 거짓말이다"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남성은 취재진을 향해 "너희 똑바로 보도해야 한다. 전부 엉터리 보도를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법정 밖의 모습은 '풀단'에 끼지 못한 언론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풀단'에서도 법정 외부 스케치를 하지만, 법정 내부를 취재하지 못하는 '한(?)' 때문에 '풀단 이외'의 언론사들은 외부 취재에 더욱 열을 올린다. 이날도 법정 밖의 모습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법원이 보안을 강화한 이유라든지,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인터뷰,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멘트는 물론, 이날 법원 인근 식당의 매출은 평소와 얼마나 다른지 등도 법정 밖 취재거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청사 서관 출입문 대부분을 폐쇄했다. /변동진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청사 서관 출입문 대부분을 폐쇄했다. /변동진 기자

법원은 서관 출입문 3곳 중 2개를 걸어 잠근 채 검문검색을 이어갔고,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엔 경찰 병력 2명씩을 배치했다. 게다가 대법정에 출입할 수 있는 중앙통로를 철문과 파티션으로 차단했다.

법원 밖 서초동 일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청사 주변에는 경찰 10개 중대 800여 명이 배치됐다. 오전부터 열린 각종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 노동계 관계자들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반대로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는 법원삼거리 인도에서 집회를 갖고 무죄 및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 이른바 '세기의 재판' 이 전 부회장 선고 공판이 시작됐다. 사진·현장 취재진 및 외신과 시민단체, 삼성그룹 관계자 등 100여 명은 30분 전부터 대법정에 갈 수 있는 서관 외부 출입구에 모였고, 2시 8분 불구속 기소된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을 시작으로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55) 전 전무 등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현장을 뒤덮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1층에 마련된 TV 앞에 모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관련 중계를 보는 시민들. /서재근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1층에 마련된 TV 앞에 모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관련 중계를 보는 시민들. /서재근 기자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오후 2시 30분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 전현직 수뇌부의 1심 선고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최 전 실장(부회장)과 장 전 차장(사장)은 각각 징역 4년, 박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 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 송우철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 "1심 판결은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 모두에 대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즉각 항소할 계획으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 후 현장을 빠져나갔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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