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26일 세종시 조치원읍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에서 집권여당이 된 후 첫 번째 워크숍을 열었다. 모두발언을 하는 우원식 원내대표. /더팩트DB |
[더팩트 | 세종=서민지 기자] "이런 법이 어딨어요? 조금만 더 공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요. 미안해요."
25일 세종시 조치원읍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민주당 관계자와 취재진 사이에 거듭 오고 간 대화다. 집권여당의 첫 워크숍인 만큼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도부 인사말과 '2017년 정기국회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1세션 행사만 공개했다.
1세션 후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설명, 상임위별 분임토론 등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다. 행사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만찬도 비공개였다. '핵심 전략'과 관련된 세션은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지는 만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찬은 의원들과 취재진 간에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자리로 공개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이날은 일부 대변인들과 당직자만 제한적으로 함께 식사했다. 그야말로 '꽁꽁 싸맨' 채 진행됐다.
이례적으로 단속이 철저했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순항하는 가운데,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원천봉쇄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날(25일) 국회에서 을지훈련이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인사들이 반주를 곁들인 만찬을 한 데 대해 야당이 "술판을 벌였다"고 공세한 점도 의식한 듯했다.
지도부 인사말에서도 '괜한 잡음'이 새어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건강상 문제로 일찍 자리를 비우게 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늘 의원 여러분 한 분도 이탈해서는 안 된다. 밤새 토론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면서 "대표가 병원에 갔다고 여러분이 이탈하면 지탄을 받는다"면서 신신당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먼 길을 왔고 조금 불편한 자리를 소박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불편할 테지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밤에도 (행사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자"고 단속했다. 사회자인 박용진 의원도 "졸면 안 된다"면서 "여기는 농촌 지역이라 가까운 곳으로 빠져나갈 생각은 금물이다. 행사장 이탈을 말아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배운 것들이 있다. 국민이 관심과 사랑을 주실 때 잘 해야 한다. 안 나와도 될 말이 괜히 새어 나와서 걱정 끼쳐드릴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미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워크숍에서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낙연(왼쪽) 국무총리는 비공개 만찬에서 '원!샷!' 건배사를 하며 당정청 간 화합을 도모했다. /임영무 기자 |
◆ "집권여당의 힘?" 곳곳 웃음만발…화룡점정 야자타임
'철통보안'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까지는 가릴 순 없었다. 지난해 워크숍과 달리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권교체를 했다는 자부심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듯했다. 우려했던 지방선거 공천룰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난해 워크숍과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확실히 여당이 돼서 그런가, 다들 의욕이 넘치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한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평가했다.
워크숍 전인 오후 1시부터 의원들은 당의 상징색인 파란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밝은 표정으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파란옷을 두고 의원들끼리 "배가 더 나와 보인다", "촌 아저씨 같지 않나요?" 등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추 대표도 최근 정발위에 합류한 한정애 의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팔짱을 끼며 담소를 나눴다.
워크숍에선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인 만큼 당 지도부가 나서 분위기를 띄웠다. 추 대표는 인사말을 하다가 마이크 소리가 작게 나오자, "사회자 뭐예요. 자기 마이크는 빵빵하게 해놓고 당 대표는 목소리 죽이려 하고…"라며 농담을 던지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또한, 먼저 자리를 뜨면서 "병원에 잠시 다녀와야 하는데 이해해 주시겠죠? (자리에 없다고) 탄핵하지 않도록 의원들께 간식 좀 풍부히 제공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이해 못 한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했다.
화룡점정은 우원식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야자(반말)타임'이었다. 우 원내대표는 "서로 반말로 해보자"면서 의원들에게 야자타임을 제안했다. 한마디를 하면 '그래', 두 마디엔 '그래 그래'라고 하는 등 우 원내대표가 어떤 말을 할 때마다 '그래'라고 답하는 게 방식이다. 그는 "그간 정권교체하고 100일 동안 일하느라 애썼지!" "문재인 정부 기틀 마련하고 모이니까 기분 좋잖아" "이 기분을 모아서 정기국회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확실한 국회를 만들자"고 말했고, 의원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그래, 그래, 그래"라며 박수로 화답했다.
비공개 만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여전했다고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1·2세션 일정 이후 진행된 만찬에서 이 총리는 새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달라며 "'원'이라고 말하면 '샷'이라고 답해달라"며 건배사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원!샷!" 건배사를 하면서 당·정·청의 화합을 다짐한 것이다. 이 총리의 건배 제의에 우 원내대표는 "국정과제들을 잘 수행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워크숍에서 10대 핵심 국정과제 TF를 발족하고, 정기국회에서 진행되는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법안 및 예산 처리에 대응하기 위해 TF 4개를 꾸렸다. /이새롬 기자 |
◆ 핵심국정과제TF 구성·책임 의원제 도입…정기국회 대비 '열공'
'잔칫집' 분위기 만은 아니었다. 민주당은 이날 워크숍에서 ▲2017년 정기국회 대응전략 ▲당·정·청 소통과 협력 방안 ▲종합평가 등 총 세 번의 '집중토론'을 진행하면서 효율적인 국정운영 지원을 대비했다.
특히 이날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핵심 과제 이행을 위해 당 내부에 10개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핵심국정과제 10개를 선정했으며, 2~3개 과제를 추가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F별 단장은 재선 이상, 간사는 상임위원회별로 선임된 정책위 부의장이 맡는다.
10대 국정과제 TF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중소 자영업자 지원대책(단장 박광온·간사 권칠승) ▲에너지 전환 및 신재생 에너지 육성(박재호·김해영) ▲공교육 강화 및 대입제도 개선(유은혜·오영훈) ▲통신비 인하(변재일·고용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진선미·소병훈) ▲언론 공정성 실현(신경민·이재정) ▲공정과세 실현(윤호중·김종민) ▲권력기관 개혁(당 적폐청산위원회로 대처) ▲부동산 안정 및 서민 주거 복지(민홍철·안호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전혜숙·기동민) TF 등이다.
민주당은 '100대 국정과제' 책임 의원도 선정하기로 했다. 정기국회에서 진행되는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법안 및 예산 처리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정부질문 대응 ▲쟁점 대응 ▲법안심사 대응 ▲예산심사 대응 등 TF 4개를 꾸렸다.
상임위별 분임 토론에선 9월 정기국회 활동방안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일단, 민주당은 국정감사 전에는 비쟁점 및 각 정당 대선 공통 공약 법안 62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뒤 국정감사 후에는 쟁점 법안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공수처 설치법안의 연내 통과, 상법, 상가임대차법, 이자제한법, 채권추심법 등 경제민주화와 민생 관련 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 국방위원회는 북핵 미사일 발사에 대응 독자적 대응체계의 조기구축 및 예산 확보 노력하기로 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8·2부동산 대책 후속 개혁입법, 보건복지위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가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확보 수단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경찰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경찰, 소방, 사회복지 등 현장공무원의 열악한 처우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물관리일원화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청년고용난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틀째 워크숍인 26일 오전 1박 2일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한 뒤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