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영화 '포크레인'과 광주 5·18 특별조사
입력: 2017.08.25 06:00 / 수정: 2017.08.25 10:45

영화 포크레인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 복무를 했던 김강일이 20년 후에 누가 자신을 그곳에 진압군으로 보냈는지를 알기위해 포크레인을 몰고 군 상관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 영화 포스터, 더팩트 DB
영화 '포크레인'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 복무를 했던 김강일이 20년 후에 누가 자신을 그곳에 진압군으로 보냈는지를 알기위해 포크레인을 몰고 군 상관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 영화 포스터, 더팩트 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는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포크레인'은 스크린에 올린 지 10여일 만에 관객 167명을 끝으로 극장가에서 사라졌다. '택시운전사'는 8월2일, '포크레인'은 7월27일 개봉했다.

두 영화 모티브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출발했지만 흥행성적은 비교자체를 불허한다. '포크레인'을 주위에 한 번씩 보라고 말하고 싶은 처지에서는 안타깝다.·

계엄군으로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외투를 껴입은 '포크레인'의 주연 김강일(엄태웅)은 우리가 지난 37년 동안 대답을 듣고자 하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를 왜 그곳에 보냈습니까." "우리를 누가 그곳에 보냈습니까." 그곳은 '5월의 광주'다.

'택시운전사'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메시지가 명확하다. 반면 '포크레인'은 진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자칫하면 계엄군에 대한 위로와 연민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택시'와 '포크레인'의 종착지는 한 곳이라고 본다. '5월의 진실'이다.

영화 밖 일상에서도 지금 '5월 광주'의 진상규명 작업이 재차 뜨겁다.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가. 영화 '포크레인'을 인터넷TV에서 찾아본 이유다.

'포크레인'은 5월 광주 때, 시위진압에 동원된 공수부대원 김강일 병장의 전역 20년 후 현재를 다룬다. 포크레인 운전기사인 김강일은 어느 날 광주 인근에서 굴착 작업 중 유골을 발견하고 군 복무 시절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떠오르자 당시 소대원과 지휘관들을 만나러 나선다.

과도한 편집증과 강박증에 시달리고, 술이 없이는 일상이 어렵고, 상명하복 맹목적 군대 문화로 가정 마찰을 빚는 등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소대원과 선임하사를 만난 후 그는 느릿느릿한 포크레인을 몰고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사단장, 여단장, 장관을 차례로 찾는다.

"우리를 왜 그곳에 보냈습니까." "우리를 누가 그곳에 보냈습니까." 자신을 광주에 가도록 하고,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총격을 가하게 한 최종 명령자를 짚어 나간다. "모두 자기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가해자란 이름으로 숨 한번 못쉬고 살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들도 영화에서 종종 나온다.

"야, 나도 묻고싶어. 누가 왜 나를 거기에 보냈는지"(소대장) "군대 계급이 몇 개인지 아나? 더 높은 계급은 계급도 없고 군복도 안 입고, 틀리든 맞든 명령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나 역시 다르지 않네."(대대장)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누군지 알지. 근데 넌 근처에도 못 가서 잡혀 가. 애쓰지 마."(장관출신 국회의원)

김강일은 마지막으로 서울 연희동으로 추정되는 주택가로 가지만 더 큰 포크레인이 막아선다. 최고 명령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더팩트 DB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더팩트 DB

문재인 대통령은 5·18 당시 공군 전투기의 출격 대기 명령 여부와 광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난 23일 지시했다. 국방부는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을 위해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헬기 총격과 공군 출격대기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군을 누가 움직였는지, 또 누가 국민을 향한 발포명령을 내렸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 "제대로 된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데 좌우, 보수· 진보 누구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

계엄군을 투입해 광주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신군부 세력이 광주에 전투기 폭격까지 준비했다는 인터뷰가 최근 일부 언론에 나오면서 양식있는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발포 명령 하달과 해병대 병력의 전남 투입 계획을 담은 군 기록도 공개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시 군의 발포 명령자를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의 최대 의혹은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군인들의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느냐는 것이다. 발포 명령자를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초 발포자와 집단 발포자 부분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이를 위해 '5·18 진상규명 특별법'제·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을 바탕으로 당시 계엄군의 증언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할 필요가 있다. 진실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침묵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말할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 '김강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챙겨야 한다.

5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하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신군부세력의 우두머리인 전두환은 지금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사태'와 '폭동'으로 폄훼하고 있다.

'포크레인'의 이주형 감독은 " '포크레인'은 사회와 연관성이 있는 영화라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영화 속 강일의 아픔과 상처도 조금 봐주기를 바란다"고 시사회에서 말했다. 이 대목도 사실 우리 내부의 묵직한 숙제이나 선뜻 풀기가 어렵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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