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나도 배우겠다" 文대통령, 업무보고도 '색다르게'
입력: 2017.08.23 05:33 / 수정: 2017.08.23 07:54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유영민 과기부 장관으로부터 선물받은 <과학기술 50년사> 책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유영민 과기부 장관으로부터 선물받은 <과학기술 50년사> 책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파격 행보'를 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보고'도 색달랐다. 22일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부·방송통신위원회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새 정부 첫 업무보고는 '형식'부터 역대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수직적' 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토론식'으로 진행했다. 청와대는 업무보고의 명칭도 '핵심 정책 토의'로 정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한 업무보고는 대통령과 부처 공직자들 간의 첫 상견례 자리로, 부처별 핵심과제를 정리·점검함으로써 국정 이슈의 주도적 관리와 신임 장관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정기국회 준비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한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 수석실 업무 중심으로 2∼3개 부처가 합동으로 업무보고를 하려 했으나 '장관들이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다소 힘들더라도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정기국회에 대비하라는 대통령의 의중도 담겨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를 2~3개 씩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를 받고, 공직자가 개혁의 주체라고 강조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를 받고, "공직자가 개혁의 주체"라고 강조했다./청와대 제공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기로 한 문 대통령은 솔선수범했다. 업무보고에 앞서 각 부처의 중점과제를 공부하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문 대통령은 언론보도를 꼼꼼히 잘 챙겨 보고, 회의 시 '핵심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미 100대 국정과제 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처별 과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서 장관보다 많은 공부를 하시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부처에서 취합한 과제들을 보고받고 사전에 공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과 국회의원 시절에도 문 대통령은 '모범생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재직 시절, 고된 업무로 치아가 10개나 빠져서 임플란트를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에 대해 "아주 꼼꼼하고 학습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후보시절 "어떤 자료든 구석구석 읽어보고 토씨까지 내 스타일로 고쳐야 한다. 변호사 시절 변론서를 작성하던 버릇 때문에 자료를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중요한 정책 메시지는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 전 부처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 전 부처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청와대 본관 보다 비서동인 여민관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모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대통령 한 사람만 움직여 효율성을 고려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와대 개방 행사 당시 '문 대통령과 한 건물에 있는' 장점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특징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도 각 부처별 청사로 직접 이동한다. 첫날, 문 대통령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약 2시간 10분 동안 과기정통부·방통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각 조직별 장·차관 및 실장 등과 쟁점 사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예정 시간을 넘겼다. 보고에 앞서 부처 관계자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티타임을 갖고, 직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아주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서 배우고자 한다"며 "업무보고를 과거처럼 부처업무 전반을 나열해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고 핵심 정책에 집중해서 토의하는 방식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다른 부처 소관사항이라도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당에서도 정책위의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 참석해주셨는데,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직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직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한편 새 정부 첫 업무보고는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8일 간이다. 총 22개 부처를 9개 그룹으로 나눠 핵심 정책에 대해 토론한다. 부처별 보고시간은 10분 내외로 최소화하고 쟁점 토론시간을 40분 이상 배정할 방침이다. 부처별 일정은 ▲23일(수) 외교부·통일부 ▲25일(금)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28일(월) 국방부·보훈처, 행정안전부·법무부·권익위원회 ▲29일(화)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30일(수)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식품수산부·해수부 ▲31일(목)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순이다. 지난달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는 출범식을 겸해 다음 달 별도 추진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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