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청와대 제공 |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는 정부·여당 간 치열한 공방으로 뜨거웠다. 2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양측은 조국 민정수석의 불출석과 탁현민 등 인사 난맥, 살충제 계란 파동을 놓고 맞붙었다.
오전 10시 막을 연 운영위에 정부 측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현옥 인사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조국 민정수석의 불출석을 도마에 올렸다. 앞서 조 수석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부득이 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선동 의원은 "오늘 회의는 새 정부에서 열리는 첫 번째 운영위 회의다. 의원들이 볼 때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가장 걱정하고 참담하게 바라본 게 인사 참사의 문제"라며 "소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의 출석이 필요한데 조 수석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참했다. /이새롬 기자 |
이어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비리 원천 배제를 잘 집행했다면 이 자리에 참석해 잘된 인사를 자랑할 거리 아니냐"며 "못 나올 이유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도 아닌데 불참한 데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당은 조 수석이 불참한 이유를 대변하며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홍근 의원은 "갑자기 못 나오는 게 아니라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라 어려울 것 같고 의사를 전한 상황"이라고 청와대 측을 대변하는 한편 "민정수석의 인사 참사라는 건 국민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그동안 민정수석이 출석 요구에 응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 오늘 대통령과 비서실장, 정무실장이 부재해 상황관리를 할 수 있는 내부적 관리자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야당 간사에게 양해를 구했으니 전례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의사진행이 아닌 질의 진행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간사 권은희 의원은 박 의원의 발언에 "의원의 발언권까지 제지하려는 건 접어두길 바란다. 여당이 야당이었을 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 불출석에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되새겨주길 바란다"며 "정부의 눈높이가 전 정부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 측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참사'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5대 이나 원칙과 관련해 이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
야당 측은 공세의 고삐를 더 당겼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참사'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았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활기찬 분위기에 진행된 대국민 국정보고 행사를 "부풀어진 여론조사에 따른 오만과 일탈"이라고 평하며 "인사 결격 사유 다섯 개 모두에 해당하는 방송위원장까지 임명을 강행했다. 이것 역시 부풀려진 여론조사만을 믿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임종석 실장은 "인사는 항상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5대 인사 원칙과 관련해서는 이전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다섯 가지에 관련된 기준과 상황이 있다. 반복성이나 심각성, 시점,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성비하' 논란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한 인사 문제도 쟁점이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은 임 실장에게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탁현민 행정관 사퇴 의견을 전달했으나 결과에 대해 무력하다'고 말한 데 의견을 물었다.
임 실장은 "여가부의 업무는 마땅히 장관 중심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옳고, 행정관 인사에 대한 지적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되는 게 옳다고 본다"며 탁 행정관의 인사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윤리 논란으로 임명 나흘 만에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대해 "누가 추천을 한 거냐. 국민 여론이 나쁠 거라는 사실을 몰랐냐"고 청와대 간부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이에 임 실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과학 기술인의 열망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성하고 있다"고 수긍했다.
야당은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를 문제 삼고, 류영진 식약처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임세준 기자 |
최근 최대 현안인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날 선 질의도 오갔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최근 살충제 계란을 한두 살은 24개, 성인은 120개를 먹어야 유해하다는 식약청 발표가 있었다. 이만큼 먹는 사람은 없다"며 "국민이 이걸 듣고 안심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정도를 떠나서 국민의 먹을거리에는 작은 오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해당 발표는 인체에 유해한 정도를 이야기한 격이 다른 발표였다. 먹을거리는 완전하게 안전한 걸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요즘 식약처장의 행태는 제대로 업무파악도 안 되고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살충제 계란 파동 늑장 대응 논란을 받는 류 식약처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임 실장은 "초기 업무파악이 부족했고, 부적절한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염려를 키운 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정하는 한편 "다만 생산단계에서 더 많은 문제를 논의하고 유통단계도 함께 보고 있는데, 이를 류 식약처장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