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 제공 |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통일과 한반도 문제 주도권, 적폐청산 등에 대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과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은 비슷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에 따른 정권 교체와 시간 흐름에 따른 국력 강화, 북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등 시기와 상황의 차이로 김 전 대통령보다 확장된 개념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가겠다"면서 국민통합과 적폐청산,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정부의 자부심, 책임감으로 온힘을 다해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당의 기초 뿌리가 같기 때문에 이념과 정치적 노선, 정책 등에서 공통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경제 문제 해결에 큰 힘을 쏟고, 국민 통합을 향한 의지, 평화적 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공통적인 부분 외에 적폐청산과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덧붙여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문제 해결과 국민 통합의 의지를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대선 포스터 |
◆ 경제 문제 해결부터 국민통합까지…적폐청산은?
김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경제 문제 해결을 가장 큰 이슈로 두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공통적으로 가졌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큰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한 일을 꼽힌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에 발생한 IMF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정부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대가로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실시를 요구받았고, 기업 투명성 강화와 부채비율 축소정책을 추진해 예상보다 3년 이른 2001년 IMF차입금 195억 달러를 전액 상환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집권하자마자 경제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1호 업무 지시로 대통령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11조3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45일 만에 통과시키는 등 일자리 창출을 1순위로 추진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키워드는 김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국가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와 사형제 실질적 폐지 등이 그 예다. 자신을 사형시키려고까지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용하며 대국민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촛불과 태극기 세력으로 양분된 나라를 통합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불안정한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민심 행보를 통해 높은 국민 지지를 얻어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지지율은 꾸준히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최고치다.
'적폐청산'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으로 이뤄진 정권 교체에 후보 시절부터 적폐청산이라는 개념을 강조해왔다. 그는 국정원 개혁을 위해 개혁특별위원회 기구를 구성했고, 검찰 내 인적 청산의 일환으로 '돈봉투만찬' 감찰 지시를 하는 등 전반적인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평화적 문제 해결이라는 대북정책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이에 추가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 DB |
◆ DJ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평화를"…文 "동맹국에만 의존할 순 없어"
김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적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남북 간의 경제적 협력을 우선적으로 지향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전제 하에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한국이 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서 큰 키워드는 '한미동맹'이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한반도 안보의 핵심 문제가 됐다. 90년대 미국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바탕으로 한 기본은 지키고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대북 문제에 대해 클린턴 정부와 비슷한 시각을 보였고 재임 시절 공조 관계를 유지했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출범하며 대북정책에 다소 갈등이 있었으나, 2001년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의 일치를 이뤄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이른바 '햇볕정책'이라는 대북유화정책을 펴나갔다. 그는 '태양의 따뜻함'과 같은 대북유화정책 시행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금강산 관광과 비료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비정치적인 교류를 선행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냈고 '6·15 공동선언'이라는 성과를 냈다. 김대중 정부의 6·15공동선언은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문제와 개성공단 등 경제 협력에 대한 합의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전대는 주도권을 뜻하는 말로 한반도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한국이 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기조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고 말하는 한편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다. 우리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국가 방위력 강화를 천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