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혁신 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에 대해 논의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출범한 혁신 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 출범을 두고 내홍을 앓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주도하는 정발위에서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방선거 공천룰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추 대표 측은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해명하면서 양측간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1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약 1시간가량 △적폐청산위 활동방안 △국회 의사일정 △워크숍 일정 등에 대한 현안 보고 및 논의를 진행했다. 오후 4시 30분까지는 △정발위 취지 및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120명 가운데 약 90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최재성 정발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이 정당 분야, 개선 분야를 중심으로 할 것이고 위원을 구성한 다음에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정발위 취지와 경과보고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위원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추가로 더 논의할 예정이며 위원 구성이 끝나면 정발위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 전해철·홍용표 등 일부 의원들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당발전위원회 출범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새롬 기자 |
◆ "지방선거 공천룰을 왜 정발위에서?" 빗발치는 반발
강 대변인을 비롯한 당내 다수 의원에 따르면, 전해철·홍용표·설훈·윤호중 의원 등 10여 명의 친문 성향 의원들이 정발위 구성에 대해 거세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 한 의원에 따르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당헌·당규상 지난 6월 2일까지 공천기준을 마련하고, 오는 다음 달 13일까지 시도당별로 선출직 평가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아직 기준 마련 및 위원회 구성을 하지 못한 이유를 주로 따져 물었다. 지방선거 공천룰은 통상적으로 공식기구를 만들어 추진하는데 추 대표와 가까운 최 위원장이 정발위에서 지방선거 공천룰을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일정을 미룬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앞선 이유로 정발위 구성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현시기에 혁신기구(정발위)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명분이 없다. 왜 정발위까지 세워야 하냐"고 지적하면서 추 대표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오해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 보면 지방선거 1년 전까지 규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았고, 공식기구가 아닌 정발위에서 룰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 아니냐. 왜 이걸 정발위에서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의원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고 당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추 대표 측 민주당 관계자는 반발하는 분위기에 대해 "손뼉 치며 끝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반대라고 할 수도 없다. 대부분 오해였고, 거의 해명된 상태"라며 선을 그었다. 해당 관계자는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든지 뭐 아무런 그림도 그리지 않은 상태인데 왜 예단해서 의심하느냐, 핵심적인 원칙은 바꿀 생각이 없는데 왜 공격을 하느냐. 지금부터 더 이야기를 해보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지방선거 공천룰과 관련해선 "손댈 생각이 없고, 어차피 의원들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추 대표가 설명했다"면서 "정발위는 자유한국당처럼 혁신기구가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당발전위원회 논란과 관련해 "힘이 있을 때 잘해보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씩씩하게 젓자는 마음임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새롬 기자 |
◆ 추미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 이해해달라"
추 대표는 정발위 구성에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으며, "오해가 있다"는 식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추 대표가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계속해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정발위 구성에 반대가 많았다'고 하자, "반대가 아니라 각자 의견들이 있는 것"이라라면서 "내용은 대변인한테 물어보라"고 말을 아꼈다.
추 대표는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당내 정발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왜 이겼는데 정당을 혁신하느냐는 염려를 거둬주시고, 안정 속 개혁을 하겠다"면서 "힘이 있을 때 잘해보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씩씩하게 젓자는 마음임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발위 활동 방향과 관련해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지난 혁신위에서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지방분권 존중이라든지, 핵심은 잘 지켜내겠다"면서 "그러나 또 자칫 독선과 독주로 가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원칙과 견제, 균형의 원리가 그 속에서 잘 작동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추 대표와 가까우면서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불거진 최 위원장에 대해선, "정당발전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기려고 했었고, 총무본부장을 맡아 당이 탈당으로 흔들리고 어렵고 분당 위기일 때 많은 권리 당원을 모셔와서 당을 지켜준 노하우가 갖춰진 정당발전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질과 역량이 강화된 현대정당을 잘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좋은 결론을 내리고, 그래서 공익을 창출하고 그것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그릇이 크고 실력 있는 야무진 정당을 만드는 것이 정발위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조만간 또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정발위에 대해 못다 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주 25~26일 예정된 워크숍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