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더팩트>가 입수한 '지난해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의 47.1%가 수도권에 밀집돼 지역편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문재인 케어' 성공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문재인 정부가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를 통해 의료복지 실현에 나섰지만 전국의 의료시설은 여전히 수도권에 밀집돼 지역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더팩트>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입수한 '의원급 이상 전국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25.9%)·경기(21.3%) 지역에 전국 의료기관의 47.1%가 밀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부산(7.64%) ▲대구(5.52%) ▲경남(5.40%) 순이지만 5~7% 수준이다. ▲강원(2.39%) ▲충북(2.65%) ▲울산(2.08%) ▲제주(1.20%) 등 1~2%로 분포도가 낮았다.
인구 분포에 따른 병상 접근성을 따져봤을 때도 편차는 여전하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개수를 따져보면, ▲서울 11.4개 ▲경기 9.8개 ▲충남 7.5개 ▲대전 6.4개 ▲전남 4.6개 ▲광주 3.7개 등이다.
문제는 지난 5년 간 지역 간 의료시설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2년의 경우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의료시설 비중은 전체의 47.5%로 거의 과반을 차지했다. ▲부산 (7.67%) ▲대구(5.52%) 등 대도시의 경우에도 타 지역에 비해 의료시설이 집중됐다. 반면, ▲강원(2.40%) ▲충북(2.61%) ▲울산(2.08%) ▲제주(1.07%) 등은 여전히 낮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지만, 오히려 2012년보다 지난해 의료시설 비중이 줄어든 곳도 있다. ▲전남(3.04%→2.98%) ▲전북(3.67%→3.66%) ▲강원(2.40%→2.39%) ▲경북(4.24%→4.17%) 등으로, 수도권과 비교해 의료기관 분포가 더욱 차이가 나게 된 셈이다.
'문재인 케어'는 3800여개에 달하는 비급여 항목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별로 급여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수도권 및 광역도시에 대한 의료주시설 집중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재인 케어' 성공 여부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도서산간)의 경우 금전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규모 있는 병원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문재인 케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 '취약지' 노인 많은 지방, 의료기관 더 없어…서울도 '강남' 초밀집 현상
지난해 전국적으로 의료기관이 20개 미만인 지역은 ▲경북 △울릉군 3개 △영양군 7개 ▲강원 △양양군 14개 △화천군 16개 △고성군 17개 △양구군 17개 ▲충북 △단양군 19개 등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다.
문제는 타 지자체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은 의료 취약지로 분류되는데, 농어촌은 대부분 이미 고령화가 진행돼 응급의료시설이 필요한 노인계층이 많은 상황이다. 즉, 상대적으로 농어촌지역의 유병률이 도시지역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의료시설 숫자가 부족한 셈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농어촌 의료시설 현황 자료'에서 농어촌지역의 평균 유병률은 31.8%로 도시지역의 23.2%와 비교했을 때 8.6%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6월 14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16 농어업인 복지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보건의료 등 복지서비스는 5년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다소 개선됐으나 의료기관 접근성은 악화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전국 농촌 401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합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응답은 16.5%로, 2013년에 비해 2배 늘었다. 의료시설 접근성 만족도 역시 22.9%로 저조했다.
서울 내에서도 의료자원의 불균형 현상은 존재한다. 서울특별시는 모두 1만 6831개의 의료기관이 있는데, 강남구 14.85%(2499개) 서초구 7.21%(1213개) 송파구 6.21%(1045개)로 28.27%가 소위 '강남권'에 집중해 있다. 통상적으로 500병상이 넘는 대규모 병원을 상급종합병원이라고 하는데, 상급종합병원 역시 △강남구 2개 △구로구 1개 △동대문구 1개 △동작구 1개 △서대문구 1개 △성동구 1개 △성북구 1개로 집계됐다.
◆ 편차 심한 지역별 병상 자원 관리…"정부가 관리해야"
보건의료자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서 존재하며, 보건의료자원이 한정돼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활용해야 하므로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의 구축은 국가의료제도와 의료복지의 핵심요소라고 볼 수 있다. 병상자원 수급 불균형 문제는 의료접근성의 형평성 측면뿐만 아니라 의료자원의 활용성 측면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 역시 의료기관의 지역별 병상자원 편차 발생 이유를 병상 수급 계획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으로 파악했다. 정 의원은 "지역별 병상자원 편차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종별, 지역별 병상 과잉공급과 편차를 억제하고, 취약지에는 적정 병상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병상관리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지역별 병상자원 편차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병상관리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페이스북 |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의료기관을 개설 허가할 수 없는 사항으로 제60조제3항에 따른 협의·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추가(안 제33조제4항제2호 신설)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상의 합리적인 공급과 배치에 관한 기본시책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또한, ▲시·도지사는 기본시책에 따라 지역 실정을 고려하여 지역별, 기능별, 종별 의료기관 병상 수급 및 관리계획을 수립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도지사가 제출한 병상 수급 및 관리계획이 기본시책에 맞지 않을 경우 시도지사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게 골자다.
정 의원은 <더팩트>에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시·도지사가 기본시책에 따라 지역별, 기능별, 종별 의료기관의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을 수립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해 합리적 공급과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인근에 마련된 질 좋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돼야 진정한 의료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법이 조속히 통과되어 사각지대가 없는 의료복지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