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카페인] '택시운전사'와 文대통령의 '취임 100일'
입력: 2017.08.16 04:00 / 수정: 2017.08.16 04:00

지난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중인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지난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중인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박근혜 정부 때였다면, 스크린에 오르지 못했겠지?"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지인과 나눈 대화다. 이 영화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취재한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송강호 분)의 얘기를 다룬다. 전두환 신군부가 보낸 계엄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힌 광주시민들을 스크린에서 마주한 관람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인의 말처럼, 전임 정권이었다면 이 영화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는 좌파·반정부 문화예술인 배제 명단을 작성해 파문이 일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다. 택시운전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2013년)에 출연했다가 해당 문건에 이름을 올렸다.

정권이 바뀌기 전 <택시운전사> 출연을 결정한 송강호는 지난 7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더는 시련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 14일 기준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개봉 후 여야도 앞다퉈 극장 나들이에 나섰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서울 시내 모 영화관에서 위르겐 힌츠 페터 독일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함께 관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 시내 모 영화관에서 위르겐 힌츠 페터 독일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 시내 모 영화관에서 위르겐 힌츠 페터 독일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청와대 제공

이는 영화 <택시운전사>가 갖는 상징성이다. '대한민국 변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송강호가 극중 변호인에서 택시운전사로 옷을 갈아입을 때, '대한민국 운전사'도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촛불시민혁명'으로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 후로 석 달여가 흘렀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내건 문 대통령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은 '소통'과 '파격'의 행보를 보여줬다란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가하면 직접 청와대 인선을 발표하는 등 관례와 틀을 깼다. 양복 재킷을 손수 벗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수석들과 경내를 산책하는 등 권위를 벗었다. 특히 탄핵으로 물러난 전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적폐청산'을 약속했다. 이에 호응하듯, 8월 현재 역대급 지지율(70%대)을 유지 중이다.

그렇다고 '맑은 날'만 있던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를 발목 잡은 '인사 난맥'을 피해가지 못했다. 야당으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을 받았다. 지난 시간 동안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갖은 비위 의혹으로 낙마하거나 지명 후 자진사퇴했다. 지난 7월 20일 정부조직개편안 통과로 신설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은 14일 현재까지 지연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을 발표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을 발표했다./청와대 제공

'개혁과제' 추진 과정에서도 마찰음을 냈다. 추가경정예산안,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선언, 투기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둔 '8·2 부동산 대책', '문재인케어(건강보험 개편안)'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야권은 "독선과 독주"라며 반발했다.

대북 문제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북한은 지난달 4일과 28일 ICBM급(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며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흔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서 북핵 해법으로 '동결 후 폐기+대화와 보상'의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달 초 미국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미 양측은 전면전을 예고해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8월 위기설'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안전운행'을 하려면, 안보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걸쳐 '운전대(주도권)'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며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대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왼쪽 두 번째) 대통령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북핵 해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문재인(왼쪽 두 번째) 대통령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북핵 해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오늘부터 저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 2017년 5월 10일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 이 길에 함께 해달라. 저의 신명을 받쳐 일하겠다."

문 대통령이 취임선서에서 한 약속이다. 공과(功過)를 냉정히 판단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꿈을 임기 내 완성하길 기대해 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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