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1호로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을 주장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독점하려는 꼼수"라는 불만의 나온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 '제1호'로 발표한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총장은 수심위가 검찰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선 "검·경찰 수사권 조정과 기소권 독점 등을 뺏기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 때문인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차라리 '재정신청제도'를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측은 9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에 '수심위'와 관련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면서 "문 총의 검찰 개혁 방안에 의문이 든다. 이런 위원회는 오히려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하더라도 한 번에 여러 사건을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수심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간 검찰 수사가 적정했는지를 판단할 절차가 없었다. 국민들로부터 여러 불신이나 우려를 받는 이유는 수사에 착수한 동기와 과정의 적정성이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고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외부로부터 점검을 받는다는 각오로 하려는 취지"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심위는 각 분야의 원로 전문가들로 구성원을 꾸린 뒤 구체적 사건마다 일부를 심의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2010년 검사 성접대 사건 이후 실추된 검찰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한 '검찰시민위원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기소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구성원은 자영업자와 택시기사, 전직 교사 등 모두 9명이다. 그러나 법률에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시민들이 검사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검찰 처분을 정당화하는 '실패한 기구'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 때문일까. 서초동 법조계 관계자들은 문 총장의 '수심위'에 대해 "법정기구도 아닌 일개 위원회로 검찰개혁 요구를 면피하려는 시도"라며 "결국 '검·경 수사권 조정과 기소권 독점 등을 뺏기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주장한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에 대해 "차라리 '재정신청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준 기자 |
이와 관련 민변 측은 '수심위' 대신 '재정신청제도'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신청제는 검찰이 불기소 처리한 사건을 법원에 다시 심리 요청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공무원 직권남용과 불법체포 및 불법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 피의사실공표 등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없거나 불특정 다수인 국가기관의 권한남용,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권력형 비리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기업범죄 등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사법적 심사의 기회가 차단돼 있다.
게다가 재정신청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법원행정처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6~2012년)간 재정신청 건수는 8만5777건이었지만, 공소제기 결정이 이뤄진 것은 0.8%(683건)에 불과했다.
반면 재정신청건수는 2012년 1만5474건이었지만 2015년에는 2만906건으로 5년 사이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민변 측은 일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신청 대상을 불기소처분된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측은 "업무처리의 효율성과 신속성, 신청자의 접근성을 위해 관할법원(현재 고등법원)을 지방법원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법원이 공소를 결정한 경우 그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와 법원이 공소유지 담당자를 변호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