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학계·야권 등 반대
입력: 2017.08.09 23:06 / 수정: 2017.08.09 23:06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0여 년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떼 줄기세포 복제 연구 결과를 조작한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이력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 교수를 임명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 역시 박 본부장의 임명철회 내지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는 8일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인물로,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다. 한국사회 과학공동체에 대한 모굥기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며 청와대에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참여연대와 건강과대안·녹색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시민과학센터 등 9개 단체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교적 문재인 정부 인사에 우호적 입장을 드러냈던 정의당 역시 반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박 본부장 임명은) 과학기술혁신을 진두지휘할 자리에 연구윤리와 연구비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인사를 앉히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청산과 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맹비판했다.

시민단체 및 야권에선 청와대를 향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임명철회 내지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시민단체 및 야권에선 청와대를 향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임명철회 내지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서 엄청난 책임을 진 사람"이라면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한 사람은 무조건 기용되는 '노무현 하이패스' '노무현 프리패스' 지적을 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청와대가 자꾸 인사 자충수를 둔다"며 "차관급에 임명된 박기영 본부장은 혁신의 적임자가 아닌 청산해야할 적폐인사"라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등 국정과제 입안과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04∼2006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보좌관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 후보(비례대표 23번)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05∼2006년 불거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논문 내용에 기여한 바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과 전공(식물생리학)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날 처음 출근한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층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당시 관리자 입장에서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면서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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