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몸 던지겠다" 안철수 출마선언, 국민의당 내부 '막전막후'
입력: 2017.08.03 17:51 / 수정: 2017.08.04 11:27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7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7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8월 27일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제 미래 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 이 소중한 가치를 위해 제 모든 것 던지겠다."

3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국민의당 당사 브리핑룸에서 "결코 제가 살고자함이 아니다.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면서 전당대회 출마 깃발을 들었다.

그동안 '독자노선'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바른정당과 연대 가능성을 밝히는 등 시원하게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에 앞서서 먼저 제 자신을 바꾸겠다. 절박함으로 저를 무장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당과 나라를 받들겠다. 소통의 폭부터 넓히겠다. 먼저 제 정치적 그릇을 크게하고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내 사람들을 모으고, 우리당 정체성을 보다 더 명확하게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우리 생각에 동의하는 정당들과 이번 정기국회 과정에서 우리 생각 설득하고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출마선언 前, 安에 집중한 여의도…직전까지 반대 의견 봇물

안 전 대표는 당내 거센 반대 기류를 뚫고 출마를 관철시켰다. 안 전 대표 출마 직전까지 당내 의원들의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의사 표출은 봇물을 이뤘고, 여의도는 흔들리는 안 전 대표를 두고 촉각을 기울였다. 취재진 역시 안 전 대표 측근발(發) 소식이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날(2일)부터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이미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안 전 대표가 당내 인사들의 반대 의사를 들으며 '출마의 변'을 설득하는 듯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와 대화를 한 대부분의 의원들도 "당연히 출마를 하니까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 아니겠냐"며 확신했다.

그러나 그의 출마선언이 기정사실화 될수록 당내 반대기류는 더욱 거세졌다. 당초 안 전 대표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는 말이 나돌자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초재선 의원부터 중진 의원까지 너도나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안 전 대표 측 김경진 의원은 "과연 당에 도움이 되는지 돌이켜보라"면서 "시기가 좋지 않다.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 실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당권에 도전하면 국민의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지금은 안철수 사당이 아니라 시스템을 갖춘 공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충언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여러 소통창구를 통해 불출마를 종용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또한, 국민의당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 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의원은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와 증거 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 대선 패배, 증거 조작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에게 당의 일신(一新)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반대 성명문'을 낭독했다.

점점 거세지는 반대에 안 전 대표는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근인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오전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가부를 밝힐 것"이라면서도 "아직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것 같다"며 안 전 대표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안 전 대표는 결국 출마선언으로 결정했고, 기자회견에서 "당내에서 반대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 당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모두 다 함께 같다. 저도 당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나왔다. 방법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가 한분한분 만나뵙고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출마선언 後, 거센 후폭풍…출렁이는 '탈당설'

안 전 대표의 호기로운 출마선언과 달리 정치권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측근들까지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쉽게 후폭풍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당 안팎에선 이번 전대 출마를 이미 선언한 정동영 의원 측 의원들과 천정배 전 공동대표 측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탈당설까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정 의원 측과 천 의원 측은 <더팩트>에 "사실무근"이라면서 이번 전대에서 완주할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출마하면 20여일 앞두고 윤곽이 어느정도 잡혔던 대진표가 전면적으로 재편될 예정이라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당내 간판격인 안 전 대표의 지지세력이 급속히 결집하면서 두 사람에게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돼 계파 간 세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국민들께도, 우리 국민의당에게도, 안철수 전 후보 자신에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의원 역시 "개인의 결단에 대한 판단은 당원과 국민의 몫이다. 지금 당의 시급한 과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당의 분열을 막고 당원과 함께 정당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국민들께도, 우리 국민의당에게도, 안철수 전 후보 자신에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개인의 결단에 대한 판단은 당원과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국민들께도, 우리 국민의당에게도, 안철수 전 후보 자신에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개인의 결단에 대한 판단은 당원과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터라 각 후보들을 지원사격하는 의원들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당 내홍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에게 유리한 후보들을 후방 지원해서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의원들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만 해도 그는 극구 부인했지만 '전남지사 빅딜설'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이번 전대에서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를 후방 지원하는 이유가 전남도지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출마선언 마지막 순간까지 간곡히 만류했다. 또한 절대다수의 의원들과 많은 분들도 반대했다. 일부에서는 혼란, 분열의 소리도 나온다"면서 "안 전 대표가 비록 출마선언을 했지만 아직도 후보등록일인 10일까지는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창업자가 솔로몬의 지혜로 당을 구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불출마를 권유했다.

박 전 대표는 출마선언 전 이미 안 전 대표를 향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연쇄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거론한 '탈당 인사'는 동교동계 및 국민의당 내 자문위원으로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안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을 원하는 이들이 탈당해 분당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타 후보와 경쟁 구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노선이 다르지 않다. 모두 '극좌'나 '극우'에 대해 말을 많이하는데 극중이 이다. 좌우이념에 전도되지 않고 국민에 도움이 되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로 신념에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극중'"이라면서 "이번 전대는 국민의당의 노선에 대해 보다 더 국민들께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모두 힘을 합해서 당을 살리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번주 오는 6일 그동안 고민했던 국민의당 개혁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당내 인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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