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秋, 자기 정치하나" 추미애식 강공, '여의도 내전' 치닫나
입력: 2017.08.02 04:00 / 수정: 2017.08.02 04:00
여름휴가 기간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와 언론인터뷰에 자당 원내지도부와 국민의당을 비판했으며,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여의도 정치권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여름휴가 기간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와 언론인터뷰에 자당 원내지도부와 국민의당을 비판했으며,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여의도 정치권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여의도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발(發) '갈등 점화'로 시끌시끌하다. '7말 8초' 여름 휴가를 떠난 추 대표는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야와 청와대를 상대로 연일 전방위적 '강공 발언'에 나섰다. 당내에선 혁신위 출범 문제로, 원내에선 '국민의당 자극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정치권 안팎에선 '추미애 마이웨이'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노림수'라고 해석한다. 당 혁신위는 '공천권 행사'를 위한 포석이란 의심을 받으며, 국민의당을 겨냥한 공격은 지방선거 전 기선제압을 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흡수해 '서울시장 출마'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與, '최재성 혁신위' 출범 앞두고 '와글와글'

민주당은 8월 중 최재성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 혁신기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추 대표는 지난달 28일 "100년 정당'을 목표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 당의 힘은 당원으로부터 나오니까 당세의 확장, 당의 체력 확장, 체질 강화를 하겠다"면서 혁신위 구성을 공식화했다.

여당 내에선 혁신위 추진을 오랫동안 구상해온 추 대표가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당 장악력 강화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추 대표의 '당원 강조' 발언을 두고, 공직후보자 공천 규칙을 변경해 친문 인사를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추미애 대표가 최근 혁신위원회를 공식화하고 사고지역을 결정한 것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장악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추미애 대표가 최근 혁신위원회를 공식화하고 사고지역을 결정한 것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장악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현행 민주당의 공직후보자 선출 당내 경선 룰은 민주당 당헌 제108조 2항을 근거에 따라 '국민참여경선에서 권리당원의 투표·조사결과는 100분의 50 이하, 권리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투표·조사결과는 100분의 50 이상으로 반영한다'고 규정한다. 혁신 과정에서 현재 5:5인 당원과 비당원 비율을 친문에게 유리하도록 당원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더구나 혁신위원장에 추 대표 측 3선 최재성 전 의원이 내정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추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입김'을 강화하려는 것이란 우려가 증폭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년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대표적 '친문 인사'였으며, 최근엔 추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혁신위원회를 띄운 데 이어 최근 청와대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국회의원 등이 맡아오던 지역위원회를 사고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도 시선이 모인다. 조강특위는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사고지역위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데, 추 대표가 본인에 '가까운' 사람을 지역위원장에 앉혀 지방선거 공천에서 유리한 상황을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추 대표의 '당원 100만 명 모으기' 구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당원중심정당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곧 당내 세력화를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당의 권리당원이 24만 명 수준인데, 엄청나게 확대하려 한다. 당원이 경선에서 힘을 줘야 본인도 칼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겠나. 최측근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과 최재성 전 의원이 이를 돕고 있는데, 결국 가까운 사람들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당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추미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국민의당이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수 드린다면서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추미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국민의당이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수 드린다"면서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 "바닥에 대하여" 국민의당 찌르기…호남 민심 자극?

'머리 자르기' 발언 이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한동안 입을 닫았던 추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한 맹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여름 휴가 기간에도,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국민의당이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수 드린다"면서 '국민의당에 드리는 시: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달아 시를 게시했다.

특히 추 대표는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거라고!"라는 구절을 직접 게재하며 제보조작 사건으로 지지율이 5% 이하로 하락한 국민의당의 현재 상황을 비꼬았다.

이 뿐만 아니라 추 대표는 지난달 31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배인데,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 소멸'이라는 발언을 해 국민의당을 자극했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을 해체·흡수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당(公黨)이 야바위나 깡패 집단처럼 불의를 감싸는 집단이 돼서는 안 되지 않냐. 저 당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제가 쪼개고 할 게 없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추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노선이 비슷한 정당을 겨냥해 '힘 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발언을 두고 국민의당에 막말을 쏟아내야만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인지 한참 잘못된 일이고 우리 정치의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발언'을 두고 "국민의당에 막말을 쏟아내야만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인지 한참 잘못된 일이고 우리 정치의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지지를 되찾아 오려면, 호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부활을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23석을 차지했으며, 이에 따라 지역 조직을 기반으로 반등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호남에선 여전히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 대표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호남은 물론, 서울·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나타내기 위해선 진보진영의 표 분산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또 국민의당을 향한 강경 발언은 개혁 선명성을 부각시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을 추 대표 지지로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추 대표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그를 둘러싼 '서울시장 출마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추 대표 측은 머리자르기 발언이 이를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보낸 반응에 대해선 "우리도 놀랄 정도로 많은 호응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공직후보자 선출 경선룰은 권리당원의 투표·조사결과 50%를 반영하므로 상당부분 영향을 준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발언에 '발끈'하며, '기 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1일 오후 논평에서 "정치는 돌고 도는 것이고 수많은 정치적 부침의 사례에서 익히 보아왔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신망을 잃고 지지율도 바닥을 쳤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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