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황제장화' 홍준표와 '엽기행각' 설리, 그들은 몰랐을까
입력: 2017.07.26 04:00 / 수정: 2017.07.26 04:00

최근 황제장화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팀 탈퇴 후 장애인 비하 장어 희화화 등 기행으로 도마에 오른 배우 설리. 이들은 서로 직업이 다르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슈메이커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더팩트DB
최근 '황제장화'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팀 탈퇴 후 '장애인 비하' '장어 희화화' 등 기행으로 도마에 오른 배우 설리. 이들은 서로 직업이 다르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슈메이커'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홍준표(62) 자유한국당 대표와 배우 설리(23).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치권과 연예계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유명하다. '막말'과 '기행'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대중은 이들이 더 '독해질수록' 뜨겁게 반응한다. '노이즈(Noise)'를 의도했든 아니든, 이로 인해 설리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당내 지지기반이 없던 홍준표 대표는 범보수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는 '노이즈'다.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로 데뷔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설리는 무대 위에서 불성실 논란 등에 휩싸였지만, 팬들의 지지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3년 14살 연상 가수 최자와의 열애를 기점으로 이런저런 구설이 나왔고, 결국 2015년 팀을 탈퇴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아이돌 요정'으로선 상상초월이었다. 자신의 SNS계정에 팬티 노출, 노브라, 장애인 비하,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한 음식 등 선정적인 사진은 물론 엽기적인 표정과 모습을 담은 일상을 거침없이 올렸다. 최근 영화 <리얼>홍보 기간엔 장어가 불판 위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희화화하고, 반려묘를 깨물어 고통스럽게 한 영상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마치 일부러 '욕을 찾아 먹는 사람'처럼 말이다.

설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반려묘 스핑크스 고양이의 가죽을 이로 깨무는 영상을 올렸다./설리 인스타그램
설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반려묘 스핑크스 고양이의 가죽을 이로 깨무는 영상을 올렸다./설리 인스타그램

설리는 정말 '논란'이 일 것을 몰랐을까.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17일 방송된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설리는 논란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있어도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는 '전형적 노이즈 마케팅'이란 분석이다. 실제 설리의 '장어 희화화 영상'으로 영화 <리얼>도 유명해지며 마케팅 효과를 봤고, '갖은 구설'은 이렇다 할 활동없이 그를 여전히 '핫 스타'로 만들어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지점에서 '홍 트럼프' 홍 대표의 행보를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자살" "설거지는 여자 몫" "장인 영감탱이"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으나,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며 범보수 1위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다. '노이즈'로 끌어올린 인지도를 호감도로 전환하는 전략도 폈다. 자신의 막말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포장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설거지는 여자가' 발언을 "스트롱맨이라서 센 척하려 한 말"이라고 은근슬쩍 눙치는 방식이다.

대선 참패에도 홍 대표는 당대표가 됐다. '친박 출신 당 대표로는 지리멸렬한 당을 추스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를 세웠다. 당의 전면에 서자마자 그는 '독설'을 쏟아 냈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풀고 손잡았던 친박계 핵심들에게 태도를 바꿔 "국정 파탄 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살아날 길이 없다"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 등 '인적쇄신'의 타깃으로 삼았다.

홍 대표는 최근 '황제 장화'로 또 구설에 휘말렸다. 언론의 생리를 잘 알고, '막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홍 대표가 아무런 노림수 없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홍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영수회담에 불참한 뒤 충북 청주의 한 된장농장에서 '1시간 수해 지역 봉사활동'을 한 데 이어 장화를 신는 방법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혼자 장화를 신은 게 아니라 옆에 있는 관계자의 팔을 잡고 한쪽 다리를 든 채 또 다른 관계자가 잡고 있는 장화에 발을 집어넣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지난 7월 전당대회 한 시간여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의 한 감자밭에서 감자 수확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배정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지난 7월 전당대회 한 시간여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의 한 감자밭에서 감자 수확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배정한 기자

홍 대표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의 첫 회동이라는 '잔칫날'에 '황제 장화'가 이슈의 중심에 서며 국민적 시선을 자신과 한국당에게로 돌렸다. "그 역시 논란을 예상 못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는 최근 '보수혁신'을 기치로 '강한 야당 노릇'에 주력한 모양새다. 정부 내각 인선과 추가경정예산안, 증세 등 모든 정국 현안에 대해 대여투쟁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설리와 홍 대표 두 사람 모두 '(노이즈 마케팅의) 선수'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관심을 먹고 사는 두 사람 모두 대중이 '무엇에' 소구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이치다. '무대응 속 마이웨이'인 설리의 의중을 알 수 없으나, 홍 대표는 현실을 직시하는 듯하다. 24일 SNS를 통해 "우리를 질시하는 주변 세력들은 모두 혁신이 실패하기만 고대하고 있다"며 "명심하자. 그리고 흔들리지 말자"고 했다. 현실의 우리는 이들보다 더 '영악'해져야 하지 않을까.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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