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7말8초 휴가철' 국회의원들도 '연차'가 있을까
입력: 2017.07.24 04:00 / 수정: 2017.07.24 04:00

여름휴가철에 따라 국회의원들도 하나 둘씩 휴가를 떠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에 따라 연가일수를 결정한다. /이덕인 기자
여름휴가철에 따라 국회의원들도 하나 둘씩 휴가를 떠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에 따라 연가일수를 결정한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저도 연차와 휴가를 모두 활용할 계획입니다. 장관들도,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의 연차휴가 소진을 독려했다. 21일 간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문 대통령 역시 "모두 소진하겠다"고 밝혀 고위공무원의 연차 개념이 주목받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연차 4일을 소진해 다음 달 9일부터 14일까지 약 일주일 간 여름 휴가를 떠난다. 이 총리는 지난주 각 부처 장관과 기관장 등의 여름 휴가계획서를 인사혁신처로부터 넘겨받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에게 휴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모두 50여 명인데 미리 쓴 사람을 제외한 48명이 이 총리의 결재를 마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연차 제도가 있을까. 있다면 기간은 얼마나 될까. '7월 말, 8월 초' 여름휴가철를 맞아 <더팩트>가 국회의원의 연차 제도를 확인해봤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안 상정을 기다리며 정회된 본회의장. /남윤호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안 상정을 기다리며 정회된 본회의장. /남윤호 기자

√FACT체크 1= 국회의원은 '연차'라는 개념이 있을까?

결론은 '있다'였다. <더팩트>가 국회 사무처에 문의해 본 결과,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를 적용한다. 병가, 공가, 특별휴가도 있지만 연차가 가장 기본이며 연차 일수는 재직기간별로 일수가 다르다.

관련법 제28조 제2항 제2호·제3호 및 제10호는 임용된 경력직공무원 및 특수경력직공무원의 재직기간이 2년 미만이면서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공무원 경력 외의 유사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2년 미만의 재직기간별 연가 일수에 각각 2일을 더한다고 규정한다.

즉, 재직 기간에 따라 ▲3개월~6개월은 3일 ▲6개월~1년 6일 ▲1년~2년 9일 ▲2년~3년 12일 ▲3년~4년 14일 ▲4년~5년 17일 ▲5년~6년 20일 ▲6년 이상 21일로 구분된다. '6년 이상' 다음 구간은 없다. 21일이 최대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7조를 적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4년과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를 합산하면 공직 재직기간이 6년 이상이다. 자원병이 아닌 군 의무복무도 재직기간에 합산하는데, 문 대통령은 군복무기간을 제외해도 21일이라는 최대치 연차를 받는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연가 일수). /인사혁신처 제공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연가 일수). /인사혁신처 제공

√FACT체크 2=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연차'가 있는지 알까

모른다. 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들은 하나같이 "연차가 있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6선급 의원 보좌진은 국회 사무처에 확인해 본 결과 연차가 있다는 내용을 밝히자, "있어요? 연차가 있다면 써야죠"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 보좌진은 연차 개념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우린 마치 자영업자 처럼 쉬고 싶을 때 쉰다. 그러나 거의 매일 일이 있어서 못 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국회의원 연차 개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회의원은 일반 공무원 같이 연가보상비가 따로 없고,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연차를 내도 결재를 해 줄 결재권자도 없어서다. 국회의원의 연가보상비는 예산안조차 배정돼 있지 않다. 최근 휴가를 떠난 모 의원의 비서관 역시 "제가 10여 년 동안 국회에서 일했는데 국회의원이 연차를 소진하고 휴가를 갔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의원들은 연가보상제도 없어서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직원은 "연가를 내봤자 선출직인데 누가 결재를 하겠나. 연차 제도가 있어도 쓰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요즘 같이 상시회의가 수시로 있는 경우엔, 연차를 낸다고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청가제도가 있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 하면 합당한 이유의 청가제를 내야한다.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 관리도 해야하는데 사실상 연차를 못쓴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국회 의사과는 청가제도에 대해 국회 홈페이지에 '청가서는 본회의(또는 위원회) 산회 전까지 제출하여 주시고, 회의가 산회 되었을 시에는 결석계를 다음날까지 제출하여함을 양지하시기 바란다. 공무로 인한 출장 시에도 청가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특히, 청가·결석 사유 중 지역구활동은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14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유가 되지 아니함을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공지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때문에 당초 7월 26일 떠나려던 여름휴가를 8월 1일로 연기했다. /배정한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때문에 당초 7월 26일 떠나려던 여름휴가를 8월 1일로 연기했다. /배정한 기자

√FACT체크 3=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휴가를 보낼까

당초 같았으면 벌써 떠났을 휴가지만, 올해는 '눈치싸움'을 벌였다. 공무원 예산 증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여야 입장 차로 공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날짜(18일) 이후로 휴가를 계획했던 각 당 의원들은 7월 임시국회 시한인 8월 2일까지 언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본회의를 소집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국회 상황을 주시했다.

원내대변인 직을 맡은 한 의원은 휴가 직전까지 "가도 되나"라며 마음을 졸이며 떠났지만 휴가지에서도 기자들의 전화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선수가 낮은 의원 일수록 눈치를 보다가 휴가 일정을 짜지 못하기도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역시 당초 7월 26일 떠나려던 여름휴가를 8월 1일로 연기했다. 추 대표 측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선에 이어 탄핵정국, 경선, 대선까지 쉴새없이 일정을 달려 온 추 대표는 서울 자택과 시댁인 전북 정읍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마지막 본회의 날짜 이후인 20일 출국하는 중국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였으나, 원내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출국 직전까지 여야 협상에 매달렸다. 주 원내대표는 정해진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어려워 결국 출국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외 여성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가'는 '호캉스'를 꼽았다. '호캉스'는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로 휴가를 국내 호텔에서 즐기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휴가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데, 대세에 발맞춰 가겠단 것이다.

자녀들이 모두 해외여행을 가면서 휴가 기간에 홀로 남게된 한 여성 의원은 "요즘 호텔이 너무 잘 돼 있다고 하더라. 애들도 없는데 지역구 호텔에서 편하게 쉬려고 한다. 아무 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꿀휴식'을 하겠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으며,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한 남성 의원은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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